이경일 회사원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로 이인직(李人稙)의 혈(血)의 누(淚)가 꼽힌다. 청일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과 일본, 미국을 무대로 옥련이란 한국 여인이 일본사람의 도움으로 결혼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아버지를 만났다는 친일소설이다. 이인직은 을사오적(乙巳五賊)의 우두머리인 이완용의 일급 비서로 그 역시 극우 친일파에 속한 인물이다. 우리와 청일전쟁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1894년 7월 25일부터 1895년 4월 17일까지 9개월에 청국과 일본은 조선의 주도권을 놓고 벌인 전쟁이다. 이 전쟁은 청은 개혁이 중단되고 망국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되었으며, 조선은 반 강제적으로 갑오개혁(甲午改革)을 하게 되고 사실상 일본의 영향력 안에 넘어가게 된다. 이 전쟁에서 청이 패하므로 청과 조선은 돌이킬 수 없는 망국의 길을 걷게 되는 복잡하게 얽힌 쓰라린 역사 속의 전쟁이다.

당시 청나라상황은 1843년 아편전쟁으로 서구 열강들의 호구가 되어있었다. 그나마 서양을 배우자는 양무운동을 전개해 아시아의 패권국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그때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로 부강해진 나라의 힘을 발판삼아 조선뿐 아니라 아편전쟁으로 체면을 구긴 청나라를 식민지화에 나섰다. 그러나 청나라도 종주국을 포기할 수 없어 두 세력이 충돌하게 된다. 속내는 조선을 차지하기 위한 야심이다.

청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프랑스와 전쟁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베트남을 내주었으나 코앞에 있는 조선 까지는 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조선을 삼키고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의지가 확고했다. 청나라는 조선의 임오군란(壬午軍亂)이나 갑신정변(甲申政變) 때 조선에 개입해서 도움을 주어 일본보다 훨씬 조선에 대한 감정이 좋았다. 뜻밖에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자 조선관군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어 조선정부에서는 청나라 위안스카이(袁世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청나라는 조선의 요청에 따라 지원군을 보냈다. 가만 두고 볼 일본이 아니었다. 청과 일본 사이에는 이미 텐진조약(갑신정변이후 청 일 양국 군대가 모두 철수하며 청 일 두 나라는 조선에 군을 파병하면 서로 알릴 것)이 체결되어 있었다. 이홍장(李鴻章)은 텐진조약에 의거 일본에 파병사실을 알리고 직례제독 예즈차오 휘하의 군사 2,800명을 충청도 아산에 급파했다. 앞서 일본은 조선이 청국에 파병요청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 이토 히로부미는 내각총리대신이었는데 일본 공사관 및 거류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일본군 제5사단 오시마 소장휘하의 혼성여단을 조선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조선의 독립을 공고히 하고 ‘내정개혁’을 도모한다는 등의 명분을 내세워 한반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여 청일전쟁을 일으키고자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6월9일 일본의 대규모 병력이 인천항에 도착하여 서울로 진군하였다.

조선정부에서는 일본이 정부의 허락도 없이 파병한데 대해 항의하며 일본군 철수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듣지 않았다. 동학농민군과 정부군사이에 ‘전주확약’으로 외국군이 필요 없게 되자 일본의 오토리 공사와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와 3차례의 회담이 있으면서 양국군은 함께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는 했으나 조선과 청국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청국과 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찾고 있었다.

철군하기로 약속해 놓고 조선 내정을 공동으로 개혁하자는 안을 청국에 내놓는다. 이러는 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일본군의 철군을 요구하지만 일본은 영국과 영일신조약을 맺고 영국의 간접적인 지원을 받는다. 한편 오토리 공사는 본국으로부터 개전 결의를 전달받고 청국에 대조선 종주권 주장에 관한 확답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최후통첩을 발한 뒤, 7월23일 경복궁을 불법으로 점령하여 쿠데타를 통해 흥선대원군과 김홍집을 내세워 친일정권을 수립했다.

청일전쟁은 7월 23일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하면서 사실상 시작된 것이다. 이어서 일본군은 조선군을 무장시켜 일본군 편에서 청군에 대항하라고 시킨다. 청일간의 본격적인 전투는 7월 25일 일본해군이 풍도 앞바다에서 청국 함대를 기습적으로 공격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해전에서 청군 함대와 청국 증원군을 태운 영국수송선 가오슝호가 일본 해군의 공격으로 무참하게 격침된다.

4일후 성환 전투에서 일본 육군은 아산에 상륙한 청군을 쉽게 격파해 버린다. 일본군은 이렇게 육상과 해상에서 승리를 거두자 8월 1일 청나라에 본격적으로 선전포고를 했으며 청국도 이에 뒤질세라 대일선전포고를 하여 청일전쟁이 이루어진 것이다. <2부로 이어집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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