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코로나 19가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들리느니 온통 비명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최고의 가치가 감염되지 않고 오직 살아남는 것이 돼버린 것 같다. 가고 싶은 곳에 가지도 못한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없다. 아니, 그러지 말라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력감과 굴욕감만 더해진다. 가슴 깊은 곳에서는 불안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

오늘은 그렇다 치자.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가치니까. 문제는 살아남은 그 후다.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날 까지 힘든 세월을 이겨내야 한다. 이기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기는 그날 까지는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이 에너지다.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길을 빨리 열수록 이전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세계 경제의 동반 추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IMF 외환위기 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공황이나 세계대전을 능가하는 경제적 충격이 예상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기업은 무너지고 실업자가 넘치는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다행히 우리는 그 길을 경험 했다. 더 다행인 것은 한국이 코로나 19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다는 세계적 반응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우리 진단 키트 구하기에 나섰다. 코로나 19가 한국을 국제사회로부터 ‘세계 최고’라는 평판을 받게 했다. 얕은 경제 상식이지만 이 평판은 한국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빠른 경제회복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본다.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기 위해 감염을 감춰온 일본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부질없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경쟁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 19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핵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만 한다면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외부적 환경은 좋지만 문제는 내부적 환경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부의 발목만 잡으려는 야당과 보수언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진영대결을 부추겨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나긴 세월 자기네가 정권을 잡았다. 결국 ‘이게 나라냐’는 평가에 이어 탄핵으로 막을 내렸다. 그 부끄러운 역사 기록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발목잡기 보다는 위기 극복에 힘을 더해야 한다.

경제는 국가적 차원의 과제다. 대중의 다친 마음 치료에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의 과제다. 시민사회단체의 힘이 약한 농어촌은 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민의 다친 마음을 치유해야 한다. 지자체마다 코로나 19 방역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방역이 절실하다. 소상공인들의 엄청난 피해도 걱정된다. 하지만 지역민의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더욱 절실하다.

여름에 겨울을, 겨울엔 여름을 대비하는 것이 지혜다. 코로나 19 이후에 닥칠 상황에 대비하는 지혜를 지자체에 요구한다. 맞닥뜨려서 대책을 세우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지역민의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깊어지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문제는 미리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지역경제 문제 해결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다친 마음을 치유할 대책도 세워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총선 까지 겹쳤다. 총선은 자칫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다. 지자체 차원의 ‘코로나 19 이후’ 대책 마련을 위한 ‘테스크포스 팀’을 주문한다.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엄벙덤벙하다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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