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해룡중학교 진로진학상담 교사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당위적인 사회 분위기가 대세로 자리 잡은 지금 상황에서 교실과 운동장에 없는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일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그동안의 학습 내용과 일상의 일들을 확인하고 있다. 등교 후 하교까지 거의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해결하던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정지된 후 가정은 전인교육의 장이 되었다. 학부모님들의 노고, 특히 어머니의 수고는 그 전과 비교하면 빅뱅 수준이라고들 한다. ‘처음의 엄마는 천사였는데 개학이 연기될수록 악마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한 SNS에 나도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그림일기 표현처럼 부모들은 매일 인내력을 시험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강요된 공동생활에서 나는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을 학부모들이 훈육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평소 우리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이고 또 부모들은 생계를 위한 직장생활로 아이들과 마주하며 부모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를 심어 줄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차피 겪어내야 할 상황이라면 이 기회에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풍을 전하고 자기 생존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자기 생존능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핍의 경험’이다. 가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주 좋지 못하다는 결핍의 의미가 아니라 필요를 경험하기 위한 결핍이다. 결핍의 경험은 필요를 인식하고 추구하는 행동으로 이어짐으로써 능동성을 가져온다. 나는 아이들을 대학에 보낸 이후 아르바이트를 권장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는다면 아르바이트보다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여러 가지 필요를 항상 제공해주는 부모로 살려고 했다. 우리 가정만의 사례는 아닐 것이다. 자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스스로 찾아 해결해 나갈 때 독립심과 자신감은 높아지고 뿌리가 튼튼한 아이들로 자라지 않을까. 지금부터 가정에서 아이들이 자기에게 필요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일들 청소, 빨래, 식사 만들기, 동생 챙기기 등을 해 봄으로써 자기만족과 함께 부모의 평소 노력에 감사하는 활동들로 선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좋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 수목 시장에서 여러 가지 유실수를 사서 밭에 심었었다. 과수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나는 잘 자라게 하고 싶은 욕심에 여러 가지 나무에 좋다는 거름과 퇴비를 구덩이에 가득 넣었었다. 그런데 나무들은 내 바람과는 다르게 썩어 죽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뿌리 먼 쪽에 조금씩 주어야 거름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나무가 노력하고 건강하게 자란다’는 장인어른의 말씀을 들으며 나의 시행착오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어리석은 나무 가꾸기처럼 우리는 아이들에게 부족하게 주어 미안하고 모두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고 등등 이런 생각 때문에 항상 풍족을 선물하고 부모님의 헌신이 당연시되는 현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굳이 자신의 부족을 채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할까. 그래서 이 미증유의 상황 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결핍을 알게 하여 모든 것을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해결하며 단단하게 자라 심적 내구성을 자랑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승룡 해룡중학교 진로진학상담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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