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청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시모노세키 조약이 청과 일본 간에 체결 되었다. 대만과 요동 반도를 할양 받은 일본은 청나라 내에서 어깨를 펴고 자신만만하게 거리를 활보했다. 이에 러시아는 삼국간섭(러시아, 프랑스, 독일의 공동간섭)을 주도하며 이를 좌절 시키고 일본의 힘을 빼기위해 러시아와 청나라 간에 비밀동맹을 체결함과 아울러 동부 철도 부설권을 획득했다. 조선 내에서도 을미사변 이후 아관파천을 성공시켜 친 러시아 정권이 수립되었지만 시베리아 철도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일본을 그런대로 우대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북중국에 의화단사건이 일어나 만주로 파급되자 러시아는 동청철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주를 무력점령하고 의화단 사건 해결 후에도 철수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만주뿐만 아니라 압록강 유역까지 군대를 이동시켜 압록강 삼림 채벌 권 실행 명목으로 용암포를 군사 기지화 함으로써 조선에 대해서까지 야욕을 드러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극동 총독부가 신설되고 이른바 신노선 체제로 들어간 러시아는 일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북진 정책을 그대로 못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전쟁은 피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교섭을 하며 논의를 했으나 일본의 입장은 조선을 자국의 보호령으로 하는 대신 만주에서는 러시아의 우월권을 인정하고 서로 양보하기로 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조선을 분할 통치하여 부동항을 확보하려고 하고 시베리아 횡단 철도만 완공되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청일전쟁에서 승리를 맛본 일본은 거대한 러시아도 한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시베리아 철도는 한창 건설 중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니 승산이 있을 것도 같았다. 유럽에서 시간이 걸려 전선까지 투입한다고 해도 15만이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철도 사정이 좋지 않아 유럽의 병력을 동부전선에 투입하려면 빨라야 40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전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병력은 일본군 25만에 비해 러시아군은 10만에 불과했다. 서구 열강들이 객관적으로 볼 때에는 모두가 러시아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적인 전력으로 본다면 러시아가 우위에 있었다. 이렇게 서로 탐지하고 있는 판세에서 일본의 특기인 기습공격이 시작되었다. 선전포고 없이 1904년 2월8일 뤼순을 공격했고 러시아도 선전포고 후 본격적으로 전쟁에 돌입했다. 러시아는 제정 말기인지라 무기도 노후화 되었고, 거리가 멀어 군수품 조달이 어려웠다. 연발총이 있는데도 탄환이 부족했고 심지어 방한복과 털모자는 전쟁이 끝난 뒤에 도착했을 정도다.

반면 일본은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우선 한반도에 병력을 상륙시켜 대한 제국과 한일 의정서를 강제로 체결하면서 후방의 안정을 확보했다. 영국도 역시 러시아의 남하정책 저지를 위해 일본에 막대한 차관을 저리로 지원하여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러시아군 사령관 크로파토킨은 러일전쟁 발발 후 40일 뒤에 현지에 나타났다. 그 자신의 판단도 러시아군의 현재 상태로는 대규모 전쟁을 치르기에 미비하므로 일본과 정면충돌을 피하고 싶었다.

서부 러시아에서 지원이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40일이 소요되었다. 그의 작전은 시간을 벌면서 서부 러시아군이 도착할 때까지 일본군을 내륙 깊숙이 불러들이고 방어만 하면서 지원군이 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일본 역시 인적, 물적 피해가 심한데다 이렇게 큰 전쟁을 치러본 경험도 부족하고 몇 차례 소규모 전투를 치러본 후 예상을 넘는 피해가 발생한다. 러시아에 비해 국력도 열세이고 장기전은 안 될 것 같아 크게 한방 날려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으려 했다.

장기전을 택한 러시아군은 매 전투마다 불리해진다싶으면 철수 해버렸다. 일본군은 부분적으로 타격만 가했다. 이렇게 공방전을 벌인 가운데 일본은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하고 지휘관의 무능함으로 이어진다. 청일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힘든 전쟁이었다. 러시아에서는 스테판오시포비치 마카로프 제독이 부임하여 몇 차례 해전에서 병사들의 마음을 후려잡고 무능한 지휘관들을 쳐내며 유능한 지휘관으로 교체하는 동시에 강직하고 훌륭한 지휘관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 해군이 집결하기 전에 기뢰가 터져 기함과 함께 전사하는 바람에 해상을 일본이 장악하게 되었다. 일본도 역시 구축함과 순양함을 기뢰로 인해 잃게 된다. 일본은 한반도 전역을 점령했고 만주로 진군해 러시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청일전쟁도 그랬지만 러일전쟁도 왜 우리 한반도 땅에서 해야만 했는가. 참으로 비통하고 약소국의 비애가 이런 것인가 새삼 깨닫게 된다. <2부로 계속>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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