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사람을 설득 하고자 할 때 쓰는 말로 바다 속에 물고기가 커서 그물로도 잡을 수 없고 작살로도 잡을 수 없지만, 물 밖으로 떠밀려 나오면 개미나 땅강아지 같은 작은 곤충에게도 뜯긴다는 말이다. 전국시대 맹상군(孟嘗君)의 아버지 정곽군(正廓君)이 설 땅에서 성을 쌓으려고 하자 많은 빈객들이 그 계획은 부당하다고 모두 생각하였다. 정곽군의 귀에 자주 이런 소리가 들리자 귀찮아진 정곽군은 모든 빈객들에게 하달했다.

“누구든지 나에게 성 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마라.” 아무도 무서워 말을 못하고 있을 때 호기롭게 나서는 자가 있었다. 제나라 출신의 빈객이 나서며 “저에게 세 마디만 하게 해 주십시오. 만약 세 마디가 넘으면 저를 팽형(烹刑: 솥에 삶아 죽이는 잔인한 형벌)으로 다스리십시오.”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이었다. 이렇게 까지 나오니 정곽군 으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 들어와 무슨 말인지 해 보라고 했다.

그는 “해(海)•대(大)•어(魚)”이 세 마디만 하고 급히 돌아서서 나가려고 하자 정곽군은 이해가 가지 않아 “그것이 무슨 뜻이오.” 그러나 빈객은 “저는 세 마디 이상은 말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하며 나오려고 했다. 궁금함을 못이긴 정곽군은 그의 옷소매를 잡고서 무슨 뜻인지 말하라고 간청하자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군주께서는 큰 물고기의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그물이나 작살로도 잡을 수 없지만 일단 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 개미 같은 작은 곤충들도 다룰 수 있습니다. 지금 제나라가 군께는 바다와도 같습니다. 만약 군께서 제나라에 오랫동안 기반을 둘 수 있다면 설 땅에 성을 쌓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제나라에서 기반을 잃으면 아무리 설 땅에 큰 성을 쌓는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정곽군은 정색을 하며 “과연 옳은 말이오.” 하며 그 과객의 충언(忠言)을 받아 들였다. 그 후 빈객은 탁월한 인재로 평가되어 벼슬도 얻었다. 정곽군은 제나라를 충실하게 하기보다는 자신의 땅에 성을 쌓아 세력을 넓히려고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정곽군도 보통 사람들처럼 외적인 확대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충언 듣기를 귀찮아했을 것이다. 이때 한 빈객이 목숨을 건 도박을 해서 정곽군의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만들어 하고 싶은 말을 에둘러 했던 것이다. 정곽군의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했다면 빈객의 세 마디는 수포(水泡)로 돌아갔을 것이다.

애초에 말을 해서 명령을 어겼다고 벌을 내리면 벌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빈객은 평소에 정곽군의 성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험을 걸면서 나섰던 것이다. 물론 이런 도전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성공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지만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확실한 근거와 탁월한 식견이 받쳐 주지 못한다면 함부로 시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편안하게 살아가는 확실하고 안정된 지대를 선호한다. 머물러 있으면 본능적으로 안도감을 느끼지만 그 지대를 벋서나면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역설(逆說)적인 말 같지만 안전지대에만 안주하면 성장과 도약이 불가능하다. 변화를 과감하게 시도할 때 혁신(革新)이 동반할 것이다. 이 빈객도 목숨을 건 승부수를 던졌기에 파격적인 승진을 할 수 있었다. 현실에 안주했다면 평범하면서도 그저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승부를 거는 도박도 남자라면 한 번씩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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