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백수초등학교 교장

섬에서 근무할 당시 아들이 군대를 가게 되었다. 섬이라는 특수성도 있었지만 연구학교와 승진을 인한 업무로 아들이 입대하는 날 함께하지 못하고 자대 배치하는 날 또한 함께하지 못했다. 남편이 도시락을 싸 들고 면회를 갔을 때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지금도 가끔 남편은 나에게 원망하는 눈빛을 보내곤 하지만 아들이 나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진로와 자아실현을 위한 대학원 진학과 섬 근무를 통해 목표한 일을 이루었으나 누구의 엄마, 부인, 며느리의 역할을 다하기는 어려웠다. 한참을 달려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달해 보니 나 개인으로서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회인이었으나 엄마와 부인의 역할은 물론 며느리로서의 좋은 점수는 받기 어려웠다. ‘나’로 열심히 살다 보면 소중한 가정과 가족들에 소홀해지고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새로운 도전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툴다고 주저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고 후회해도 늦지 않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은 여러 갈래 중의 하나의 길일 뿐 무수히 많은 다른 길도 있다.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은 옳음이 아닌 다름일 뿐이다. 때로는 한 바퀴를 돌아가기도 하고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 실망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은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희망이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새로운 도전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늘 새로운 희망은 도전하는 일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희망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새로운 도전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무언가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통하여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알게 된다. 희망을 꿈꾸지 않으면 도전할 수 없고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가 없을지는 모르나 능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다. 능동적인 삶은 ‘나’를 대변하고 나는 오늘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세상이 잠시 멈춤에 있는 듯하다. 멈춤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쉼’이기도 한 것이다. 가정에서 아이들이 잠시 멈춤하고 있는 이 귀중한 시간에 부모와 함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도전의 시작은 희망을 만들고 가족과 함께 만들어 가는 희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대화와 공감은 사색을 통해 실천하는 행동으로 발현되고 그 작은 변화는 아이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 가는 일이라는 것을 가족과 함께 체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희 백수초등학교 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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