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별 영광교육지원청 전문상담교사

교육지원청 뒤뜰에 장미가 피어난 것을 보았다. 봄이 왔음을 알리던 꽃들은 어느덧 모두 지고 초목이 우거지기 시작해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는 계절이다. 3월이면 찬바람 맞으며 등교를 하고 4월엔 교정에서 흩날리는 벚꽃잎을 구경했어야 할 학생들은 6월을 코앞에 두고서야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등교 시기가 불투명했던 3월, 학생들과 대면상담은 진행할 수가 없어 작년에 상담을 받았던 학생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를 돌렸다. 학생들은 친구들도 못 만나고 밖에 나가 놀지 못해 답답해했고 부모님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몸이 지치고 행여나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 크게 아플까 걱정하며 마음이 지쳐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충은 비단 학생과 학부모만 겪는 것이 아니었다. 나 역시 신규교사로 임용된 후 학생들과 함께 할 시간을 기대했지만 수차례에 걸친 등교 연기로 점차 그 설렘이 시들해졌다. 하염없이 미뤄지는 일정들을 보며 아쉬움이 커졌지만 개학을 기다리며 내가 전문상담교사가 되고자 했던 이유와 교사로서 가졌던 마음가짐에 대해 돌아보고 다시 한 번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생 시절, 한 중학교에서 학습부진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방과후 교실 멘토 활동을 했다. 그때 함께 하게 된 학생들은 4명의 남학생들이었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 함께 공부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예고 없이 결석을 해 학교 담당선생님께 여쭈었더니,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라 오늘 방과후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로 알려진 학생이니 혹시 힘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전까지 그 아이가 보호관찰을 받을 정도의 비행을 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 친구는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계획을 세우고자 했을 뿐 아니라 4명의 학생 중 가장 열심히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느꼈던 것과 다른 사실에 놀랐지만 내가 봐온 모습이 먼저라고 생각하며 전과 다름없이 그 친구를 대했다. 그 학기가 끝나고 멘토 수업이 어땠는지 학생들이 직접 적는 평가지를 받았다. 그 학생이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고민을 함께 해결해주려고 해서 도움이 많이 되었고 너무 감사했다.’라고 적어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만약 그 친구가 보호관찰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처럼 편견을 가지고 대했다면 그 친구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 못했을 것이고 수업에도 억지로 참여하며 의미 없는 시간으로 흘려보냈을 것이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색안경을 끼지 않고 자신을 바라봐준다면 그 누구라도 자신감이 생기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친구는 나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나 역시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느끼고 특히 상담교사가 되고자 결심하는 값진 경험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때의 결심으로 현재 전문상담교사로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

이제 학교는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작이기에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과 함께하고 아이들이 웃음을 잃지 않도록 지지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또한 올해 학교의 시계가 어렵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모두가 조심하고 노력해 다시 멈추지 않게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고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

장한별 영광교육지원청 전문상담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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