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영국 입장에서는 1차 아편전쟁으로 승리는 얻었지만 생각보다 소득이 없었고 여전히 대 중국 수출은 아편이 가장 많이 차지했다. 더군다나 중국 남부에서는 아편 씨앗을 들여와 자체 생산하므로 영국 무역 적자는 더 심해졌다. 당시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에 시작되면서 유럽에 차(茶) 문화는 소비를 촉진했고 중국으로부터 차수입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영국에서 이긴 전쟁인데 무역 적자가 늘어나는 것을 영국은 그대로 손 놓고 볼 수 없는 상황인데 드디어 에로호 사건이 터진 것이다.

선주만 영국인일 뿐 종사자는 거의 한족이었다. 한족 속에 해적이 많이 섞여있어 이들의 단속은 청의 입장에서 정당한 권리 행사였다. 영국입장에서는 사실상 트집 잡을만한 빌미가 없었으나 청을 혼내주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선주가 영국인이어서 에로 호에는 영국국기가 휘날리고 있었는데 명예로운 영국 국기를 훼손했다는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전쟁을 일으킨다.

개전 사유가 너무 황당해 영국 하원에서도 반대 성명이 있었다. 그러나 파머스턴 영국 수상은 하원을 해산하고 투표를 강행해서 결국은 개전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프랑스에서도 자국 선교사가 중국에서 처형되었던 것을 내세우며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청의 입장에서는 영국 한나라만 해도 버거운데 프랑스까지 가세하므로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 된다. 이때 러시아와 미국 등 서구 열강들은 청과의 전쟁에 직접 참가는 하지 않았지만 개입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표명해 청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상황이 초래된다.

유민이 남쪽으로 몰려 태평천국의 난으로 어수선한 청나라는 국가적 역량이 매우 추락한 상태였다. 1차 전쟁 때는 중앙 정부에서 조직적으로 통제하고 싸우는 전쟁이었다면 2차 전쟁은 패배가 눈에 보이는 어려움 속에서 전쟁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전쟁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손쉽게 청의 지방 방위군을 격파하고 광저우를 비롯한 광동성 일대를 장악하고 통치하기에 이른다.

1차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해군력을 이용해 중국 해안을 거슬러 올라가 양쯔강 일대에서 약탈과 분탕질을 일삼으며 북상하여 발해만 까지 진출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청은 계속되는 패전에 전쟁 수행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 날이 갈수록 피해는 심해지고 수도 함락에 공포를 느낀 중앙에서는 협상을 하자고 제의 한다. 1858년 6월 배상금 지불, 개항항구 확대, 베이징에 외교관 상주허용, 기독교 공인, 장강 통행 및 외국인의 중국 내륙 여행 자유 등을 골자로 텐진 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전쟁의 끝이 아니었다. 조약 후에도 영국과 프랑스 연합함대가 청이 텐진에 설치한 장애물을 철거하고 북상하자 이에 분노한 청군은 포대에서 발포해 연합군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 영국프랑스 연합 함대는 타격을 입고 후퇴하자 청은 잠시 승전 무드에 휩싸였다. 영국과 프랑스는 갑작스런 청의 공격에 타격도 입었지만 1860년에 예비 병력에 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병력을 모두 모아 최종 공세를 폈다.

지상군 2만 명에 173대의 함대가 참여한 대규모 공세였다. 프랑스도 병력 6,300명에 군함 33척을 별도로 동원하여 가세했다. 1859년 병력이 고작 2,200명에 해군 선박 21척 뿐이었던 것으로 미뤄 영국의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연합군의 최종 목표는 수도 베이징이었다. 베이징으로 진격하기에 앞서서 발해만의 주요 항구를 초토화 시키면서 상륙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1년 전의 복수를 한다며 무자비한 폭격을 퍼부었다. 청군은 전투 능력을 상실하고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할 수 없이 협상을 재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협상이 재개되기는 했으나 영국과 프랑스는 부결시키며 마침내 텐진으로 상륙하여 수비하던 청군을 몰살시키고 베이징을 공격한다. 막바지에 이른 군주 함풍제(咸豊帝)와 주전파들은 일제히 열하(熱河)로 피신했고 팔기군을 격파한 연합군은 베이징을 함락 시켰다.

베이징이 외적에게 함락된 것은 명(明)나라 건국 후 5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군주가 피신한 것을 본 연합군은 베이징 외곽에 별궁인 원명원(圓明園)을 습격하여 집중적으로 약탈을 자행했으며 일부는 불태웠다. 원명원은 온갖 보물과 진귀한 동물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서식 하게 한 동양 최고의 정원이자 보물 창고였다. 연합군이 도망간 황제에게 경고를 한 것이다.

결국 청은 납작 엎드려 저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재협상을 제안하여 앞의 텐진 조약보다 훨씬 불리한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청으로서는 뼈아픈 결과를 맞는 셈이다. 텐진 조약에 추가로 몇 개 항구를 더 개항하고 배상금도 더 늘어났으며 홍콩에 접한 구룡 반도 까지 추가로 할양해야 했다. 전쟁의 패배로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있는 청에 러시아에서는 중재한다는 명목으로 연해주를 차지했다. 말로만 중재지 여차하면 연합군에 가세할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청나라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상태였다. <2부로 계속>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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