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무수한 우연(偶然)을 만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가 잘하는 일이나 재미있는 일을 선택해서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말이 맞는 말일까? 통계에 따르면 자기가 원해서 잘하는 일을 해서 성공한 사람은 평균 20%에 불과하고 80%는 어쩌다 우연한 기회에 그 일을 하게 되어 평생 직업이 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성공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존 크롬볼츠(John D. Krumboltz)의 이야기는 재미있는 스토리 같지만 살아가면서 우연적 사건들을 만나 긍정적 영향이 미치기도 하고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크롬볼츠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어린 시절 집에서 구역을 정해놓고 그 구역을 벋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15세 무렵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할 때 구역을 벋어나 자전거를 타고 출타한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자기가 평소에 그리워하는 이상형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 친구를 만났을 때 가슴이 떨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여자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너 테니스 칠 줄 아니” 당시 크롬볼츠는 테니스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도 없었고 처 본 일도 없었다. 그러나 여자 친구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그래 나 테니스 좋아해”하고 대답해 버렸다.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 테니스 용품을 준비해서 날마다 테니스 연습을 하게 된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부드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몇 년 후에는 대학에 진학 하면서 함께 테니스 동아리에서 활동하게 된다. 실력이 이제는 수준급 선수가 되었다. 대학 2년 과정을 마치고 3학년을 올라가기 전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데 확실하게 전공이 서있지 않았다. 전공 선택 날짜가 임박하여 가장 가까이 있는 테니스 코치에게 물어 보았다. “코치님 오늘까지 전공을 선택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전공으로 하면 좋을까요?” 하고 물었다.

코치선생님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상담학’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코치 선생님은 크롬볼츠의 성격이나 지향하는 방향을 고려해서 결정을 한 것이 아니고 자기가 상담학 교수였기 때문에 추천했던 것이다. 그래서 상담학을 전공하게 된다. 5년 전 우연히 만났는데 테니스로 인연이 되어 여자 친구를 만났고, 전공을 선택함도 코치 선생님의 우연한 만남 때문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므로 ‘계획된 우연’이라고 말한다. 크롬볼츠는 ‘우연은 나를 만드는 풍성한 기회’라고 했다. 그러므로 가능한 많은 우연으로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라고 한다. 그리고 인생의 모든 사건에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무슨 사건이 있으면 쓸데없는 것이 아니다 는 것이다.

모든 사건은 내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는 일들이라고 강조한다. 크롬볼츠는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적성에 맞거나 좋아하는 직업을 고르는 것 보다는 살면서 경험하는 무수한 우연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한다. 그 까닭으로 적성에 맞는 직업 선택은 자기 한계에 있어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우연과의 만남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강조한 다섯 가지 태도는 호기심, 융통성, 인내심, 낙관적 태도, 위험 감수를 말한다. 호기심(好奇心)은 단순히 알고자하는 궁금증을 넘어 아이들을 행동하도록 동기와 열정을 만들고 타인을 배려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것이 자기 욕구에 관심을 가지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건강한 방식으로 충족시켜 더불어 함께하는 보람을 얻게 된다.

융통성(融通性)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자기의 행동과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처음 접해 낯선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왔던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새롭게 도전하는 힘은 융통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인내심(忍耐心)은 만족스럽지 않아도 자신의 욕구를 뒤로 미루고, 더 큰 목표나 결과를 바라보며 묵묵히 해 나가는 것인데, 하던 일에 열중할 수 있는 능력은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낙관적(樂觀的) 태도는 나는 할 수 있다거나, 하면 된다는 긍정성이다. 삶의 경험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는데 낙관적으로 일을 대하는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험감수(危險感受)는 타고난 사람의 기질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 중에 하나다. 결과를 100%확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패를 감수하고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안정적인 길을 선택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것은 선천적인 자극 추구성과도 관련이 있다. 이때는 과감한 결단(決斷)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렇게 우연한 사건들을 대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크롬볼츠 이론은 현대 사회에서 강조하는 인성교육과도 상통한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결과가 확실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 보다는 결과를 향해 도전하는 의식의 힘을 키우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교육 방식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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