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서진(西晉)은 삼국지에 나오는 삼국시대 위(魏), 오(吳), 촉한(蜀漢)이 끝나고 사실상 최종적으로 승리한 사마(司馬)씨의 나라다. 사마염(司馬炎)이 초대 황제로 등장하나 그의 조부 사마의(司馬懿)가 건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마의의 차남 사마소의 아들이 사마염이고 사마염의 아들 사마충이 서진의 혜제(惠帝)다. 혜제 시절 장사왕 사마예가 정치에 깊숙이 참여하여 황제는 힘이 없는데, 사곤(謝鯤) 이라는 사람을 시기하여, 반란을 꾀하고 있다고 무고하는 사람이 있었다.

장사왕은 사곤을 불러들여 죄를 추궁하고 확실한 혐의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벌을 내려 옷을 벗고 벌을 받으러 가면서도 태연하게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고, 죄가 없는 무고였음이 밝혀졌을 때도 기뻐하는 낯빛을 보이지 않은 충직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태부로 있는 동해왕 사마월이 사곤의 충직함을 소문으로 듣고 자기 비서로 채용했다. 사곤을 비서로 들이고 보니 소문과는 다르게 몸가짐에 절도가 없었고, 직책에 책임도 완수하지 못한 무능한 사람이었다.

그때 마침 그 집안사람의 과오에 연좌되어 쫓아낼 명분이 생겨 쫓겨난다. 당시 현인들은 사곤이 쫓겨나는 것을 보고 애석하게 생각했으나 당사자는 평소와 같이 생활하고 한가하게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세월을 보냈다. 이렇게 한가하게 지낼 때 이웃 고씨 집에 딸이 하나 있었는데 남자들을 매료시키는 미인이었다. 그 미모에 사로잡힌 사곤은 고씨 소녀에게 끈질기게 접근했다. 고씨 소녀는 사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스토킹에 가까울 정도로 접근했다.

어느 날 소녀가 베를 짜고 있는데 사곤이 접근하자 화가 난 소녀는 베 짜던 북을 빼서 사곤의 얼굴에 던지자 앞니 두 개가 부러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도 사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휘파람을 불며 행동했다. 동해왕은 다시 사곤을 불러들여 참군사로 임명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병을 핑계로 사임하고 예장으로 옮겨가 살았다. 다시 대장군 왕돈(王敦)의 부름을 받고 장사가 되었으며 두도를 토벌한 공로로 함정후에 봉해졌으나 어머니의 상을 당하여 사임했다. 장례를 마치고 얼마 후 다시 왕돈은 사곤을 불러 대장군 장사로 임명하였다.

왕돈이 이 무렵 왕권에 맞서 등을 돌리려 하자 사곤은 보필이 어렵다고 보고 친구들과 주색에 빠져 놀았다. 가끔씩 왕돈에게 풍자적으로 충고를 하기도 했다. 왕돈은 명성이 높은 사곤을 언제나 깍듯이 예우했다. 왕돈이 반역의 명분을 확보하고자 사곤을 찾아가 의중을 떠 보았다. “유외가 간사한 짓을 하니 사직이 위태롭습니다. 임금 곁에 간신들을 제거하여 나라를 안정시키려 하는데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사곤은 그의 속셈을 훤히 보고 “유외가 문제는 있으나 한갓 성호사서(城狐社鼠)에 불과합니다.” 사곤이 성호사서라고 말한 것은 임금 옆에 간신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반란 까지 일으킬만한 제목이 못 된다는 이야기다. 왕돈은 화를 버럭 내며 “그대는 쓸모없는 사람이구먼. 그러니 어찌 사람을 판단하겠는가?” 그 후 왕돈은 사곤을 좌천 시키려고 하다가 그의 재능이 너무 아까웠다. 사곤은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다. 고씨집 딸도 부드럽게 접근 했으면 성사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왕돈과의 관계에서도 직설보다는 말을 돌려서 간접적으로 충고를 했다면 큰 벼슬을 했을 인물이다. 그는 학식은 풍부했으나 성격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43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나는 직설적으로 말하고 뒤 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직설에 이미 마음은 상처를 많이 입게 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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