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준가옥 안채

운치를 즐기며 눈이 호사를 누리는 고택으로의 여행은 늘 기대로 가득하다. 신호준 가옥은 전라남도 민속자료 제26호로 영광읍 입석리 원입석마을의 위쪽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가옥 주변으로는 각종 수목과 대나무 숲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어 풍치가 좋으며 내부의 정원도 잘 조성되어 있다.

곳간채

연건평 108평이라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고택이기에 마을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을 입구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마을 위쪽 한적한 곳에 터를 잡고 있었다. 골목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담을 따라 집으로 다가가보니 키 큰 나무들과 힘차게 뻗어 올라 간 대나무들이 병풍처럼 집을 감싸고 있어 여행자의 마음까지 품어주는 듯 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조용함을 즐겼던 집주인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림 같은 고택이다.

방앗간채

영월신씨(寧越辛氏) 가문이 영광으로 이주해 온 것은 이곳이 조선초기 보안(保安)과 그의 아들 사구(斯龜)의 처향(妻鄕)이라는 인연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영월신씨는 임진왜란을 전후로 성재(省齋) 신응순(辛應純)과 응망(應望)을 배출하여 유명해진 가문이다. 사랑채의 상량문으로 보아 1856년에 지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안채 역시 비슷한 시기에 건축된 것으로 여겨진다. 사당은 신굉규(辛宏珪)의 아들인 휘상(徽常) 대에 현 위치로 이건된 것이며, 또한 1892년에 굉규가 명정(命旌)된 것을 보면 대체로 현재 상태의 건물 규모는 이때에 이룩된 것으로 생각된다.

대문칸채

164년 역사, 조선시대 양반집 구조

가옥의 구성은 안채를 비롯하여 사랑채·사당·곡간채·진광채·안측간채·방아실채·행랑채·사랑측간채·중문간채·솟을대문간채로 총 11동이 있다. 명정(命旌) 현판이 걸려있는 대문을 지나면 대문채 또는 행랑채라고 하는 조선시대 양반집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다. 대문채는 주로 곳간과 광, 고방으로 사용되었다. 대문채에 붙어있는 행랑방은 솔거노비의 거처로 남자 청지기와 머슴들의 처소로 사용되었다. 솔거노비는 주로 주인과 같이 살거나 주인집 근처에 거주하면서 직접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비를 말한다.

사당

먼저 사랑채로 가보자. 사랑채의 건축연대는 상량문에 숭정기원후사년병진팔월초(崇禎紀元後四年丙辰八月初)라고 적혀있어 철종 7년(1856)에 지은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사랑채는 주로 집주인이 될 장손이 거처했으며 서로 안면이 있거나 지체 높은 손님이 머물기도 했다. 신호준 가옥의 사랑채 앞에는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정원을 정성들여 조성해 놓았다. 사랑채 각 방 뒤편에는 골방을 두어 일종의 저장 공간으로 사용했으며 천장에는 다락이 있다. 사랑채 건물 기단의 상면에는 팔각형의 화강암 세면대가 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말을 기르는 마구간인 마방(馬房)과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사랑채

신호준 가옥의 안채와 사랑채의 건물 방향은 남동향이다. 대지는 크게 2단으로 윗단에는 안채를 중심으로 여자들의 공간을, 아랫단에는 사랑채를 중심으로 남자들의 공간을 두었다. 두 공간의 동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이러한 2단 구조는 조선시대 양반주택의 일반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는 석축으로 경계를 두었고 계단을 만들어 제한된 구역에서만 서로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안측간채

안채 툇마루에 앉아보니 이곳에서 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숨을 쉬는 듯하다. 안채 구조는 중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ㄱ’자형 평면이다. 이 건물에서 정면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횡각(橫閣)이라고 하는데, 풍수적으로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한 구조이다. 사당은 안채 뒤쪽 대지의 우측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전형적인 양반집의 배치형을 따르고 있다.

진광채

조선 초기에 영월신씨가 영광으로 이주해온 것은 신보안(辛保安)과 아들 신사구(莘斯龜) 부인의 고향이라는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을 전후로 신응순(莘應純), 신응망(莘應望)을 배출하면서 영월신씨 가문이 유명해졌다. 이후 고종 29년(1892)에 신광규가 명정(命旌)되면서 현재의 건물 규모는 이때에 이르러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신호준 가옥은 문화재로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1988년 12월 21일 전라남도 민속자료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되었다.

행랑채

우리의 멋… 연구와 보존에 적극 나서야

신호준 가옥은 현재에도 후손들이 생활하고 있다. 200년 가까운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이 고택은 앞으로의 세월을 이겨내기에는 너무 고단해 보였다. 100년 후에도 우리의 선조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당당하게 보여 줄 신호준 가옥이 존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나무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고 한다. 미래에도 당당하게 우리의 멋을 뽐낼 수 있도록 신호준 가옥의 연구와 보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위치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입석길1길 151-16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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