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중국 춘추시대 최고의 말감정가 백락(伯樂)이 있었다. 그의 본명은 손양(孫陽)이며 전형적인 봉건제의 종주국 주(周)나라 사람이었다. 원래 백락은 전설로 전해지는 천마를 주관하는 별자리인데 손양의 탁월한 말 감정을 인정하여 백락으로 불리게 되었다. 어느 날 말장수가 백락에게 찾아와 자기에게 말 한필이 있는데 이 말을 시장에 팔려고 내 놓았어도 누가 물어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 말이 팔리면 사례는 서운치 않게 하겠으니 제 말을 한번 감정해 주십시오. 하고 신신당부를 했다. 백락은 수락하고 시장에 가서 요청한 말을 요리조리 둘러보고 다리, 엉덩이, 목덜미, 털 등을 만져보고 감탄하는 눈길로 보다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떴다. 몇 걸음을 가다가 다시 아쉬운 듯 그 말을 주시하며 다시 돌아와서 아무 말 없이 처음 보는 말처럼 이리보고 저리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그냥 갔다.

백락이 최고의 말 감정가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훌륭한 준마라고 생각하고 앞 다투어 그 말을 사려고 했다. 수요자가 많으니 순식간에 말 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열배로 말이 팔렸다. 이 말이 훌륭한 말이기도 했지만 팔리지 않던 말이 백락이 보고 다시 돌아봄으로 진가가 나타나 높은 가격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 후 약400년 뒤 전국시대 소진(蘇秦)의 동생 소대(蘇代)가 연나라를 위해 제나라에 유세를 해야 했다.

소대는 이번 유세를 꼭 성사 시켜야만 했다. 그래서 백락 같은 제나라에 영향력 있는 사람을 찾다가 당시 제나라의 명망 있는 순우곤(淳于髡)을 만나게 된다. 순우곤 에게 백락이 한번 뒤돌아보자 말 값이 열배로 올랐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제가 그 준마가 되어 제나라 왕 앞에 왔는데 저를 돌아보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습니다. 부디 선생께서 저에게 백락의 역할을 해주실 수 있는지요?

이일이 성사되면 백벽(둥근 흰 구슬) 한 쌍과 황금 일천 일(鎰:24냥)을 드려 서운치 않도록 사례하겠습니다. 순우곤은 이를 흔쾌히 수락하고 소대가 왕을 만나기전 소개하며 반갑게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소대는 요즘 심리학 용어로 말한다면 ‘후광 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마침내 일은 소대의 바람대로 성사되었고 약속한 사례도 충분히 하여 서로 만족할만하게 일이 잘 마무리 되었다.

소대가 인용했던 백락은 당시 최고의 말감정사였는데 그런 그를 설득해서 시장에 나오도록 만든 말 주인도 대단한 사람이다. 최고의 말 감정사를 나오게 만들어 자기의 말을 열배나 올려 받고 팔수 있다는 것도 그 사람의 능력이다. 그 말이 준마(駿馬:잘 달리는 명마)임에는 틀림이 없었으나 백락이 봐주지 않았다면 절대 좋은 가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말 주인 역시 약속대로 사례는 충분히 했으리라 본다. 요즘도 유명한 사람을 내세워 칭찬하게 만들면 그 사람 역시 유명인의 칭찬에 힘입어 인정받기도 한다. 그러나 함량이 충분할 때는 괜찮겠지만 미달되면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잘못하면 영원히 매장될 수도 있다.

방법은 다르지만 후광 효과로 광고나 홍보 분야에서 널리 활용한다. 인기 있고 유명한 스포츠 선수나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여 알리는 것도 후광 효과의 일종이다. 사람을 이용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성실하게 행동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후광 효과의 일종이다. 백락 같은 위인이 주위에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면 스스로 움직여 후광 효과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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