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명세서와 현금이 든 노란 봉투. 각종 화폐가 다 들어 있다. 동전 까지. 1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수습기자의 첫 월급봉투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반세기 전쯤엔 그랬다. 경제개발의 속도를 더해가기 시작한 시절이다. 지금은 어떤가? 트럼프는 한국을 ‘부자’라며 미군 주둔 비용을 턱없이 올려달라고 다그친다. 트럼프 때문에 우리나라가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의 부자나라가 됐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돌아보니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도 돈이 없어 고통 받는 사람들은 꽉 찼다. 돈 없어 결혼 못한다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가난을 견디다 못한 일가족 자살의 비극도 엊그제 일이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구의역 청년의 기억도 생생하다. 한 달 생활비가 5천만 원이 넘는 부자들이 집단으로 사는 곳도 있다는데….

통계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국이 됐다는데 아직 나라 안에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왜일까? 물론 부(副)가 골고루 분배되지 않아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과는 요구를 받아들이니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그들이 일자리가 줄어들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시비도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기습으로 경제가 어렵다.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인류와 코로나 19의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이 폭파됐다. 미국·중국·일본·북한 등 주변국 모두가 승냥이 떼처럼 달려든다. 나라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국회는 멈췄다. 그래도 국회의원들 통장에 천여만 원의 월급이 꽂혔다. 월급이 꽂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비난이 쏟아진다. 코로나19 위기, 북측의 도발 등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쌓여 있다. 숨바꼭질 하는 곳이 아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가야 할 국회에서는 그런데 “주라” “안 된다”는 소리만 들렸다. 그러고도 월급 받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일은 않고 천만 원이 넘는 월급을 받는 국회의원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굳이 탓을 하자면 상임위원장 배분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원 구성 자체를 거부한 미래통합당 때문이다. 패자(敗者)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 했다. 그런데 총선에 참패한 야당이 제 욕심 채워달라고 국회를 보이콧 하고 있다.

국정 책임이 있는 여당을 조급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잠적해버린 야당 원내대표를 찾아 절로 찾아간다? 국회가 무슨 숨바꼭질 하는 곳인가? 어떻게든 국회를 돌려 국가적 위기 극복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소수정당이지만 노른자위는 내가 먹어야 한다는 논리는 가당찮다.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으니 버티면 줄 것이라는 계산속이 보인다.

야당 없는 원 구성은 야당의 전략적 선택이다. ‘독재’의 멍에를 씌우겠다는 속셈이 보인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은 한시가 급하다. 야당의 ‘응석’을 받아줄 시간은 지났다. 의회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의 시간이다. 민주당 단독 원 구성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인다. 협상은 양보다.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아야 이루어진다. 총선이 끝났으면 국회의 문을 여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조건을 따지면서 원 구성을 보이콧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월평균 1265만 원, 연간 1억5187만 원. 거기에 회의수당, 일반수당, 입법 활동비, 회의 참석수당, 명절 휴가비에 상여금 까지 있다. 으리으리한 사무실과 9명의 보좌진도 있다. 일은 안 하고 이 정도 수입이면 정말 짭짤하다. 이런 고액 연봉자 300명 먹여 살리느라 국민 허리 휜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작은 권력을 다투면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을 중심으로 이 위중한 시대의 강을 건너야 한다. 자꾸 엇나가는 검찰도 국민의 심기를 어지럽힌다.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정부와 사사건건 의견을 달리하려면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에 나서길 권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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