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형 영광전자고등학교 교사

“거리를 유지해서 한 줄로 서세요. 체온을 잰 후 이상이 없으면 교실로 들어가도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요즘 대부분 학교마다 아침 시간의 모습일 것이다. 5월 20일 3학년 학생들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하여 6월 3일 1학년 학생들까지 모든 학생들의 등교가 이루어진 후,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올 해의 학교 현장은 예년의 모습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거리두기와 불필요한 이동 자제로 학생들의 활발하고 활기찬 모습이 많이 줄었고 마스크 착용으로 학생들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특별실 사용 자제 등으로 인해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하여, 학생들은 울상이다.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고 즐거워하는 급식 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거리를 유지한 후 줄을 서서, 배식된 음식을 받고 자신의 지정석으로 가서 앉아 밥을 먹는 시스템에 우스갯소리로 급식 시간은 식사 예절을 가르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체육 시간도 예년과 다르다. 제한적인 체육 활동으로 단체로 어울려서 하는 활동보다는 개인 활동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학생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사제동행 활동들은 연기 또는 취소되었고 외부로 나가는 현장체험학습 또한 취소되었다.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았을 때, 가장 즐거운 활동들이 취소되고 연기되는 것에 학생들이 울상을 짓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학생들은 슬프겠지만 선생님들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루에 2회 이상 진행되는 체온 검사와 매 쉬는 시간마다의 거리두기 지도, 각종 방역대책 수립과 지침의 준수, 제한적인 교육 활동 등으로 인해 선생님들도 고민이 많다. 아마도 올 해 대부분의 실제 학교 현장일 것이다.

하지만 언 땅에 솟아나는 보리 새싹처럼 학교도 조금씩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고 변화하고 있다. 동토(凍土)에 뿌리내린 보리는 겨우내 언 땅에서 제 몸을 데워 싹을 틔운다. 낮에는 찬바람을 맞고 밤에는 된서리를 견디며 혹독한 과정을 거친 뒤 천천히 이삭을 밀어 올린다. 혹한 속에서 봄을 잉태한 보리의 겨울나기는 그래서 더 신비하고 경이롭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제한적인 교육 활동으로 인해 마치 숨이 죽어 있는 것 같다. 찬바람을 맞고 된서리를 견디는 중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교육 활동들로 희망의 씨를 다시 뿌려본다. 부지런히 적절한 양의 햇빛과 물을 조절하면서 학생들과 교감하고 생활하며 의지를 다잡아본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봄은 가까워지고 희망은 절망 속에서 더 빛이 나듯 예상치 못한 감염병이 기승을 부릴수록 한편에서는 새로운 씨앗들이 싹을 틔울 것이다. 다시 한 번 학교에서 밝은 웃음 소리와 숨소리가 들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유시형 영광전자고등학교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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