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조상들이 남긴 것들 중에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아 보호해야 할 것을 문화재라고 한다. 이러한 문화재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보면 조상들의 생활 모습뿐만 아니라 지혜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문화재는 역사를 공부할 때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또 앞으로 우리의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중요 문화재는 국가에서 법으로 정해 보호하는 이유다.

1995년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는 유형문화재·무형문화재·기념물·민속자료로 분류된다. 유형문화재는 건조물·전적(典籍)·서적(書蹟)·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이다.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를 말한다. 무형문화재는 연극·음악·무용·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을 말한다.

기념물은 조개더미·고분·성지·궁지·요지(窯址)·유물포함층 등의 사적지로서 역사상·학술상 가치가 큰 것과, 명승지로서 예술상·관상상(觀賞上) 가치가 큰 것, 그리고 동물·식물·광물·동굴로서 학술상 가치가 큰 것을 말한다. 민속자료는 의식주·생업·신앙·연중행사 등에 관한 풍속 및 습관과, 이에 사용되는 의복 ·구가옥(舊家屋) 등으로서 민족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문화재는 종류와 가치에 따라 국보·보물·사적·명승·천연기념물·중요무형문화재·중요민속자료·보호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이러한 문화재는 조사와 발굴뿐만 아니라 복원과 복구, 올바른 관리와 보호, 그리고 전시 등을 통한 홍보와 국민교육 등이 필요하다.

영광군에 숨겨진 문화재를 소개한다. 문화재는 그 지역의 역사와 선조들의 지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영광군의 숨겨진 문화재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보자.

1. 단주리 당간지주(丹朱里 幢竿支柱)

당간지주는 사찰 입구에 설치한다. 절에 행사나 의식이 있을 때 이곳에 당이라는 깃발을 건다. 이 깃발을 매달아 두는 길쭉한 장대를 당간이라 하고, 당간을 양쪽에서 지탱해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 한다. 단주리 당간지주는 원래 높이가 약 12.12m에 달했다고 전한다.

1945년 7월 태풍으로 당간의 윗부분이 부러져 쇠고리를 붙였으나, 현재 윗부분은 없어지고 붙였던 흔적만 남아있다. 당간지주는 간결하며 단순한 형태로 핀쪽 끝은 모를 죽인 호형으로 처리했다. 중간에 둥근 구멍을 뚫어 당간을 고정시키는 간주를 꽂도록 하였다. 당간지주 하부에는 4각형의 대좌를 마련해 당간을 받치게 하였다. 전체적인 수법으로 보아 간결 단순하다. 주민들에 의하면 이곳에 천작사(天作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당간지주 북쪽 약 100m 정도에 고려시대에 조성된 단주리 삼층석탑(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84호)이 있고, 주변에 고려시대 기와편이 확인되는 것으로 볼 때 단주리 당간지주 역시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정번호 :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53호 (1987년6월1일)

-위치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단주리 307

2. 설매리 석조불두상(雪梅里 石造佛頭像)

영광 설매리 서고마을의 서북쪽 미륵골에 있는 것으로 바위 위에 불상 머리만 조각하여 올려 놓은 특이한 형태를 보이며, 마을에서는 ‘미륵불’로 불린다. 조성 시기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전기로 추정된다. 불두는 바위의 앞면을 ‘ㄴ'자로 다듬어서 그 위에 비스듬히 올려놓았다. 전체높이가 190cm나 되는 거대한 불상이다.

바위 전체가 삼각형에 가까워 멀리서 보면 좌상(坐像)처럼 보인다. 네모나고 다소 넓은 얼굴에 명상에 잠긴 듯 한 눈을 하고 있어 근엄하고 장중한 느낌을 준다. 민머리의 머리 위에 넓고 큰 육계가 있는 부처의 얼굴은 눈두덩이 유난히 크며, 이마는 다소 좁은 듯하다. 알맞게 곧은 코에 단정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특히 귀는 95cm로 매우 길어 목의 중간까지 내려왔다. 뒷면은 평면적으로 처리하였으나 앞면의 조각 솜씨는 매우 정교하고 뛰어나다.

목 부분의 밑쪽으로 꼭지가 달려 있는데 이는 불상 머리를 보다 안전하게 올려놓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설매리의 석조불두상은 우리나라 조각사상 그와 같은 예를 찾아보기가 어려우며, 명상에 잠긴 듯한 큰 얼굴은 뛰어난 조각솜씨를 보여주고 있어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지정번호 :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30호 (2001년6월5일)

-위치 : 전라남도 영광군 군남면 설매리 산59-3

3. 법성 입암리 매향비(法聖 笠巖里 埋香碑)

매향비(埋香碑)는 다음 생애 곧, 미륵부처의 세계에 태어날 것을 간절히 바라며 향(香)을 묻고서 세운 비(碑)이다. 향나무를 민물과 갯물이 만나는 지역에 오랫동안 묻어 두었다가 약재나 불교의식에 사용했는데, 불가에서는 이 향을 으뜸으로 삼았다. 매향의식은 현실 세계의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구원받고자 하는 신앙의 한 형태로 고려 말～조선 초기에 널리 성행하였다.

입암리 매향비는 원래 마을 앞에 있었는데 1973년 홍수로 제방이 무너져 유실 되었다가 1985년에 경지정리를 하면서 발견되어 1987년 현 위치로 옮겼다. 매향비의 형태는 방형의 입석형으로 아래가 넓고 위가 좁은 편이며, 크기는 높이 134cm, 너비와 폭 34cm이다. 자연석의 편평한 면에 일정하지 않은 글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비의 전면에 4행과 우측면에 3행으로 나누어 종으로 60자 이상이 음각으로 되어 있으며 필체는 아주 투박하다.

새겨진 글씨를 볼 때 특이하게도 1371년(공민왕 4)과 1410년(태종 8), 39년을 사이에 두고 두 번의 매향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글자는 판독이 어려우나 매향장소, 매향시기, 주도집단, 매향과 비석을 세운 경위, 참여자 등이 기록돼 있다. 고려 말과 조선 초 두 차례에 걸쳐 매향 사실을 새긴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고, 불교 문화사나 향촌사회사 연구뿐 아니라 매향비 자체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이다.

-지정번호 : 전라남도 기념물 제224호 (2004년9월20일)

-위치 :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면 입암리 10-7

4. 도동리 홍교(道東里 虹橋)

조선 성종 때 불교를 배척하였던 정극인의 공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다리라고 전한다. 실제 다리는 옛 성이 있었을 당시 나주와 함평 등지에서 영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었으나, 현재는 본래 모습이 훼손된 채 샛길과 하천 옆길을 잇는 다리로 쓰이고 있다. 다리는 양끝이 처지고 가운데는 무지개처럼 둥글게 굽은 구조로 되어 있다.

13개의 넓적한 돌을 이용하여 단순한 형태로 견고하게 쌓아올린 모습이나, 9개의 부재로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인위적이고 세련된 다른 홍교와는 달리, 꾸미지 않은 소박해 자연스러운 멋이 있는 다리이다. 만든 시기는 정극인이 생을 마친지 16년 후인 연산군 3년(1497)이며, 영조 4년(1728)과 1994년에 다리를 보수한 바 있다.

-지정번호 :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90호 (1992년11월30일)

-위치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351일원

5. 도동리 석장승(笠巖里 埋香碑)

장승은 마을입구나 길가에 세워 그 마을의 수문신·수호신 등의 구실을 하는 민간신앙의 한 형태이다. 영광읍 도동리 당산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이 2기의 장승은 당산나무 밑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불리는데,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각각 북쪽과 남쪽으로 등을 돌린 채 서 있다. 북쪽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장승은 대강 다듬은 자연석을 사용하였으며 전체적으로 우직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동그란 안경을 쓴 듯한 눈, 동그란 코, 초승달 같은 입술, 턱 아래 두줄의 수염 등 소박한 시골 할아버지의 얼굴 모습이다. 앞면에는 ‘동방대장’이라는 글씨를 새겨 넣었다. 할머니 장승은 남쪽을 향하고 있으며 몸통이 사다리꼴로 올라가다가 머리부분에 와서 사각꼴로 깎였다. 두께 18m의 널돌을 사용하여, 두터운 할아버지 장생에 비해 날씬한 모습이다. 눈과 코는 둥글고 입은 기형적으로 크며, 이빨은 요철(凹凸) 모양으로 파놓아 찡그리고 있는 표정이다.

‘서방대장도광 12년’이라 새긴 것으로 보아 조선 순조 32년(1832)에 세운 것임을 알 수 있다. 할아버지 장승과 할머니 장승 사이에는 거칠게 다듬은 원통형 돌이 서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를 ‘애기장생’또는 ‘말막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장승들은 원래 길 쪽을 향해 일렬로 서 있었으나 도로정비 관계로 지금의 자리에 서 있다.

-지정번호 :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91호 (1992년11월30일)

-위치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159-2

6. 단주리 석탑(丹朱里 石塔)

석탑은 ‘석조탑파(石造塔婆)’의 줄인 말로서 불교의 상징적인 예배 대상이다. 원래 무덤을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 ‘스투파(stupa)’가 한자어로 바뀌면서 ‘탑파(塔婆)’란 말이 나왔다. 이 석탑은 현재는 3층 까지 남아 있으나 구전에 의하면 원래는 7층이었다고도 한다. 현존하는 높이는 2.92m이다. 단층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렸다. 언 듯 보아서 장대석을 2단으로 쌓아 이중 기단처럼 보이는 특이한 형식이다.

1·2층 몸돌 모서리에는 기둥 모양의 조각을 새겼다. 지대석, 기단부, 옥개석 등이 잘 남아있다. 마을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월평사’ ‘천작사’ 터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 흩어진 고려시대 기와 편들로 보아 절터는 확실하나, 문헌기록에는 전하지 않는다. 석탑의 원래 위치는 알 수 없고 경지를 정리할 때 옮겨왔다. 전체적으로 아담한 느낌을 풍긴다. 석탑은 마모가 됐고, 각 부재가 제 위치에 있지 않아 원형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잔존하는 지대석, 기단부와 탑신, 옥개석 등으로 볼 때 통일신라 석탑 양식을 어느 정도 계승한 고려시대 작품으로 짐작된다.

-지정번호 :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84호 (2017년8월24일)

-위치 :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면 입암리 10-7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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