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종은 광주 양림동 제일의 주먹이었습니다. 광주 최초의 선교사 벨 목사를 통해 기독교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지난 세월을 씻고 본명 영종을 버리고 흥종으로 다시 태어났지요. 신학교를 졸업하고 광주 최초의 장로, 최초의 목사가 됐습니다. 시베리아 선교사, 3·1운동 투옥, 광주 YMCA창설했습니다. 나환자와 걸인, 결핵 환자들의 아버지이기도 했습니다. 소록도 나환자 갱생원 설립의 주춧돌을 놓기도 한 분입니다.

그분의 호는 다섯 가지에서 해방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오방(五放)입니다. 식욕·색욕·물욕·명예욕·생명욕을 버린다는 뜻이지요. 스스로 거세 수술을 받고 성경과 노자 등 두 권의 책만 지니고 무등산의 초막에 들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음을 들으면서 오방 선생님을 떠올렸습니다. 성자(聖子)에 다름 아닌 분이 왜 스스로 거세까지 하셨는지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성욕의 근원을 단절한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 죽음을 택한 이유가 욕망을 자제하지 못한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오방 선생처럼 거세까지 하며 두 얼굴을 가진 욕망에서 해방되지 못한 것이지요. 인간이 타고난 욕망을 버린다면 성인(聖人)의 경지에 달했겠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식욕·색욕·물욕·명예욕·생명욕을 버리고 죽음을 맞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다섯 가지 욕망 가운데 하나라도 버리고 생을 마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깊은 속내는 모르지만 박 시장은 집 한 채도 없고 빚이 7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물욕(物慾)만은 거의 버린 수준에 이른 분이라 생각합니다. 돈을 지고지선(地高至善)의 가치로 생각하며 사는 보통사람들이 함부로 그를 비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상상해봅니다. 그가 ‘보통사람’이었다면 상당한 재산을 가졌을 것입니다. 서울시의 올 한해 예산은 거의 40조 원에 달합니다. 지자체장들은 대다수 부자들입니다. 상당히 많은 ‘콩고물’을 손에 묻힐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박 시장의 자진은 성희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성경은 간음을 비롯한 죄를 회개하면 하느님께서 용서하신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자신을 용서치 못하고 돌아오지 못할 길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결벽증에 가까운 성품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런가하면 죽음으로 사죄한 박 시장을 용서치 않는 분들도 보입니다. 한때 지극히 가까운 모습을 보인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입니다. 그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박 시장보다 더 도덕적인 삶을 살았습니까? 단 한 번도 간음하지 않았습니까? 부정한 재물을 탐한 적은 없습니까? 박 시장처럼 타인을 위해 헌신한 세월이 있습니까? 이제 박 시장은 갔습니다. 그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박 시장의 죽음을 정치적 도구로 삼지 않길 바랍니다. 박원순 시장의 명복을 빕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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