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기이하고, 어설픈 세상을 만나고 있습니다. 서로 만나지 말라고 합니다. 마주보지도 말라고 합니다. 친구의 등을 보면서 말없이 밥만 먹으라고 합니다. 내가 누구며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도록 마스크를 쓰라고 합니다. 서러 멀찍이 떨어지라고 합니다. 학생에게 학교에 가지 말라하고 교회도 가지 말도록 종용 합니다. 모르는 사람은 물론 아는 사람들끼리도 멀리하라는 세상입니다.

회중시계를 든 시계 토끼를 쫓아 토끼 굴로 빠져 만난 이상한 나라와 그곳에서 겪은 모험을 담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는 동화입니다. 엘리스는 굴속에서 많은 동물과 사람들을 만나며 모험을 합니다. 코로나19에 갇혀 전혀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과 많이도 닮은 동화입니다. 작가가 상상해 만들어낸, 전혀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인간의 삶속에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을 금치 못합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비정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마스크는 아프거나, 얼굴을 다쳤거나,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만 필요로 했습니다. 물론 의료진과 환자에게는 필수품이지요. 그런데 누구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필요한 ‘놈’이 돼버렸습니다. 얼굴 내기 위해 찾아가면서도 쓰고 가야하는, 참으로 이상한 세상이 됐습니다. 숨쉬기도 답답합니다. 안경에 김이 서리는 등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집안에 박혀 살면서 5000원 짜리 자장면을 시켜먹고 1만 원을 지불해도 비난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경로당도, 마을회관도, 복지센터도 문 닫은 지 오랩니다. 치료약도, 예방약도 없으니 그‘놈’에게 잡히지 않으려면 ‘비대면’과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그‘놈’이 세상을 지배하는 세월이 언제나 막을 내릴지 답답합니다. 소위 1류 국가라고 으스대던 나라들도 ‘놈’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놈’입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참아내야 하는 시절입니다. 그래도 돈과 권력을 다투는 소리는 이전의 세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소리는 전혀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남의 잘못을 꼬집고 비난하는 소리가 전에 없이 크게 들립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상대방 비난에 ‘올인’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언론매체마다 가득합니다.

‘놈’은 왜 우리의 심경을 불편하게 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비켜가고 있을까요. 각국의 총리와 대통령도 쓰러뜨린 녀석이 남을 비방하는 것을 일삼는 사람들은 왜 비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돈과 권력을 탐하며 국민의 심경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이나 잡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비난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민초들에게는 이 고통스러운 삶의 ‘힐링’이 절실합니다.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말들이 언론을 도배하는 세상을 그려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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