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우리는 어린 시절 엄마 말을 잘 안 듣는 청개구리 동화를 잘 안다. 항상 엄마가 말한 반대로만 했던 나쁜 청개구리다. 그래서 엄마가 죽을 때 산에다 묻어주라고 하면 반대로 물가에 묻을까봐 거꾸로 물가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하고 죽는다. 불효를 저질렀던 청개구리는 그동안 어머니 말씀을 거역했던 것이 잘못된 것을 알고 뉘우치며 이제라도 어머니 말을 들어야겠구나 하면서 물가에 묻어 장례를 지냈다. 그래서 비만 오면 어머니 묘가 떠내려 갈까봐 운다는 슬픈 이야기로 끝나는 대표적 우리나라 동화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 보다는 나 홀로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의 반대로 가는 사람을 말할 때 이 동화를 인용하여 ‘역발상’ 또는 ‘청개구리 법칙’이라고 한다. 의도했던 반대로 생각하여 방법을 뒤집기도하고, 사람들이 많이 신경을 안 쓰니까 나 홀로 독차지 하기도해 많은 이익을 내기도 한다.

중국 진(秦)나라가 망하고 한(漢)나라가 들어설 무렵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임공(任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장기판에 나와 있는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기나긴 전쟁 끝에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초나라 항우는 결국 한나라 유방에게 패하고 스스로 자결하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한나라가 건국되었다. 이렇게 전쟁이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을 때 돈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귀금속이나 값비싼 보물을 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임공만은 그 와중에도 곡물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전쟁이 길어지자 이제부터는 먹고 살 것이 당장 필요했던 것이다. 백성들은 전에 사들였던 귀금속으로 곡물을 사기 위해 꺼내다 팔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곡물은 가격이 올라가고 많이 나온 귀금속은 헐값에 매매되었다. 곡물을 많이 가지고 있던 임공은 당연히 돈을 많이 벌 수 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중에 승리한 한나라가 안정되어가던 때에 유방이 그 소식을 듣고 임공을 황실로 불렀다. 유방이 임공에게 묻기를 “당신은 이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벌수 있었습니까?” “저는 정세를 판단해서 미래에 가격이 올라갈 것을 사서 기다렸다가 물건 값이 올라갔을 때 내다 팔았을 뿐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리 어떻게 예측 했는지 궁금한 유방은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그 정세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사람과 반대로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반대의 길을 갑니다. 말하자면 역발상을 하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말에 더욱 흥미를 느낀 유방은 나 홀로 찾아가는 좋은 길이 무엇이냐며 사례 하나를 가르쳐 달라고 임공에게 부탁했다. 임공은 차분한 어조로 유방에게 이야기 한다. “남쪽 월(越)나라 사람들은 날이 따뜻해서 신발을 신지 않고 사는 미개한 민족들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신발을 신게 만들어 신을 팔수 있다면 큰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원래 그들은 신발을 신지 않고 살았으므로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면 더욱 자신감이 생깁니다.” 유방은 침을 삼켜가며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쳐다보며 다그치듯 “어떤 자신감이 그렇게 생기는가?”하고 물었다. “먼저 마을마다 미모가 아름다운 여인들을 골라 그 여인들에게 돈을 어느 정도 주면서 꽃무늬 신발을 신고 마을을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돌아다니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신발을 본 마을 여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쁘게 보이려고 다투어 신발을 샀고 마침내는 남자들 까지도 신발을 사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해낸 다른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되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아랍에도 있다. 아랍 부호가 천수가 다 되어 죽어갈 무렵 두 아들에게 3:2의 비율로 재산을 나눠주기로 했다. 그런데 조건이 말을 타고 사막을 횡단하고 돌아오는데 말이 먼저 도착하면 2이고 나중에 도착하는 자에게 3을 주기로 했다. 쉽게 말해서 나중에 도착하는 말에게 더 많이 준다는 이상한 논리다. 두 아들은 말을 타고 집을 나서기는 했는데 하루 종일 사막을 돌아다녔지만 서로 눈치를 보며 늦게 갈려고 발버둥을 쳤다.

재산을 많이 차지하려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때 지나가던 현자(賢者)가 기발한 역발상의 아이디어를 가르쳐 준다. 이 현자의 말 한마디에 말은 서로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지혜가 담긴 해답 이었다. 말을 서로 바꿔서 타도록 한 것이다. 아버지가 보낼 때 나중에 도착하는 것은 말(馬)이지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아버지도 아들들에게 지혜를 가르치기 위해 이런 룰을 정해서 보냈던 것이다.

우리는 동화에 나오는 청개구리가 아니어도 어떤 사안이나 일을 앞으로만 밀고 나갈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거꾸로, 또는 반대로 역발상을 할 때 좋은 해결책이 될 때가 많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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