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상낙월도

‘칠산바다’라는 이름은 전설에 유래한다. 먼 옛날 칠산바다는 원래 육지이고 산봉우리가 일곱 개가 있었는데, 그곳에 작은 마을들이 있었다. 그 마을에 마음씨 착한 서씨 노인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웬 나그네가 찾아왔기에 후히 대접해 주었다. 다음날 나그네는 집을 나서면서 후히 대접받은 공을 갚기 위해 한마디 일러주었다. 이곳은 얼마 안 가서 바다가 될 터이니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 …중략….

육지가 섬이 됐다는 칠산바다의 전설

소금장수는 서노인에게 왜 그렇게 바쁘게 올라 가냐고 물었다. 서노인은 여기가 바다가 되니 어서 도망가자고 했다. 그러자 소금장수는 소금지게를 받쳐둔 작대기 밑에까지만 바다가 되니 그만 올라가라고 했다. 점점 불어나던 바닷물이 소금장수의 말대로 작대기 앞에서 멈췄다. 그렇게 해서 서노인의 말을 믿지 않던 마을 사람들은 바닷물에 잠겼고, 일곱 개의 산봉우리는 바다위에 떠 있는 일곱 개의 섬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의 칠산바다가 되었다는 얘기가 영광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칠산바다’에는 유인도 11개와 무인도 53개 등 64개의 섬이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다. 그만큼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섬들이다. 오늘은 칠산바다가 품은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영광의 섬’ 첫 번째 시간으로 달이 지는 섬 ‘낙월도(落月島)’를 소개한다.

▲하늘에서 본 하낙월도

백제 멸망 사연 깃든 낙월도(落月島)

순 우리말로 ‘달이 지는 섬’이라해서 ‘진달이 섬’이다. 면적 1.28km2, 해안선 길이 11.2km의 낙월도는 영광 법성포에서는 22km, 목포와 70km, 관문인 향화도 포구는 20.5km, 신안 임자도와 16km 떨어진 섬이다. 1914년도 신안군으로부터 분리되어 영광군 낙월면으로 편입됐다.

낙월도는 예전에는 달이 진다는 뜻으로 ‘진달이 섬’으로 불렸다. 낙월(落月)을 진다리(진달이)라 부르는 데는 사연을 살펴본다.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운명이 다했을 무렵, 어느 왕족이 배를 타고 바다로 피난하다가 항로를 잃고 헤매는 중에 달이 하필이면 섬 뒤로 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섬에 정착하여 붙인 이름이다. 따라서 낙월도라는 이름의 순수한 우리말은 ‘진달이 섬’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육지인 영광 법성포쪽에서 이 섬 위로 달이 지는 모습을 보면 바다로 달이 떨어지는 것같이 보이며, 섬의 모양 자체가 지는 달의 모양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행정구역을 정리하면서 떨어질 낙(落)에 달 월(月)을 써서 낙월도(落月島)라고 칭했다고 한다.

낙월도는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상낙월’ ‘하낙월’이라고 부르지만, 지금은 방조제를 막아 하나의 섬이 되었다. 낙월도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큰멀, 작은멀, 알대미(아랫데미), 우대미(웃데미)가 있었고, 집터만 남아 있는 재개미 그리고 모래사장이며 지금은 해수욕장인 갈마골(갈마쿤)이 있다.

▲전망대에서 본 상낙월도

마을의 이 골목 저 골목을 지나다 보면 시멘트 벽에 색이 바랜 상점 이름과 술집·다방·식당·여인숙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이곳에 10여 개의 다방과 술집들이 호황을 누릴 때가 있었단다. 누구에게나 어느 곳이나 봄날은 있었던가 싶다. 이 섬이 가진 가치를 도시 사람들에게 알리고 살려 나간다면 다시 사람들로 붐비지 않을까 하는 상념에 잠겨 본다.

낙월면에서 가장 큰 섬은 안마도, 송이도이고, 낙월도가 세 번째이다. 그러나 섬의 크기와 상관없이 낙월도는 예로부터 중심 섬으로 어미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섬이 크고 인구가 많다고 면소재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낙월도가 다른 섬을 제치고 면사무소, 경찰서 지서, 해경 지서, 우체국, 보건소, 수협, 전화 중계소, 한전 발전소, 초등학교, 중학교가 몰려 있는 것은 육지와 가까울 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생활권이 목포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사연이 많은 낙월도를 가기 위해서는 영광군 염산면 향화도 포구를 이용해야 한다.

▲낙월도 둘레길

호젓하게 트래킹·해수욕 즐기기엔 ‘딱’

낙월도는 트레킹을 즐기기에 최고의 섬이다. 코스는 상낙월도 선착장에서 시작해 해안코스를 따라 걷다가 두 섬을 이어주는 연도교인 진월교를 넘어 하낙월도로 이어진다. 산릉은 동서로 발달하고 있으며 최고점이 120m로 가파른 길이 없고 경사가 완만하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라도 3~4시간이면 어렵지 않게 두 섬을 완주할 수 있다.

상낙월도 선착장에서 오른쪽 달바위 방향으로 가다가 땅재고개를 지나 섬 뒤편으로 넘어가면 부드러운 모래가 펼쳐진 갈마골해변이 나온다. 양 옆으로 기암괴석이 청정해변과 어우러져 경관이 매력적이다.

낙월도는 갈마골해변 아래쪽에 작은 갈마골해변이 있고 하낙월도에 장벌해변이 있다. 물놀이하기 좋은 해변이 세 개나 있지만 아직 여행자들에게 입소문이 나지 않아 여름 휴가철에도 한산해서 여름휴가를 호젓하게 즐기기 좋다.

▲낙월도 둘레길

트레킹 코스로 상낙월도 코스는 선착장에서 달바위를 지나 대계미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길게 걷고 싶다면 곧장 오른편 바닷길을 따라 윗머리를 돌아 갈마골 해변에서 땅재고개로 이어진다. 빨리 걷고 싶다면 대계미 갈림길에서 후박나무가 숲을 이룬 땅재고개를 넘어, 갈마골해변에 들렀다가 바위 두 개가 솟아있는 쌍복바위를 돌아 진월교로 향한다.

하낙월도 코스는 상낙월도에서 출발했다면 진월교를 지나 오른편 길로 가서 낙월도 최고의 경치이자 낚시터인 외양바지를 둘러보고 할미골, 당넘매, 장버래 쉼터를 지나 장벌해변에서 하낙월도 선착장으로 온다. 적당한 바람이 부는 길을 걷고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들이 달아나 눅눅했던 마음이 뽀송뽀송해진다. 툭 트인 바다색과 초록빛 풀 향이 가득한 낙월도 풍경은 예쁜 그림을 보는 듯하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천천히 감상 할 수 있도록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고 곳곳에 벤치가 있어 시간 여유가 있다면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아름다운 섬길을 만끽할 수 있다.

낙월도는 새우와 묵석으로 유명하다. 둘째인 안마도는 기암괴석들이 절경이며 서해바다의 끝섬으로 듬직하게 영해를 지키고 있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한 막내 송이도는 흰조약돌 해변과 하루 두 번 열리는 드넓은 바닷길이 신비롭다. 영광의 삼형제 섬은 야생화가 핀 섬길을 걸으며 조용히 사색하기 좋고 한여름 휴가철에도 번잡하지 않아 나만의 휴가를 호젓하게 즐기기 좋다.

▲달이 지는 낙월도

※ 낙월도 운항정보

운항노선 : 향화도⇔낙월도(20.5km)

소요시간 : 60분

운항시간 : 하절기(4월~10월) 3회 운항-07:30, 10:30, 15:30 동절기(11월~3월) 3회 운항 07:30, 10:30, 14:30

편도요금 : 5,500원(일반인)

운항문의 : 061)283-9915(해광운수)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