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합니다. 뒤돌아보니 여름이 언제 오고 갔는지조차 모르게 지나갔습니다. 뒤돌아보니 6월에 잠깐 “여름이 오나보다”할 정도였습니다. 7월은 6월보다 시원하게 넘어가기에 8월 늦더위에 시달리겠구나 싶었습니다. 맹렬한 태양을 기대했던 8월도 지분지분 비가 내리다 9월 늦더위 까지 태풍에 날아갔습니다. 땀 한번 제대로 흘려보지 못하고 어느덧 추석을 앞두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찾아온 코로나19란 고약한 손님은 민족대명절인 추석마저 삼키고 있습니다. 벌초도 성묘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추석을 쇠야 한다고 합니다. 예년 같으면 귀성 열차표가 동났을 터인데 예매 율이 20%대라고 합니다. ‘민족 대이동’ 운운하던 큰 명절 추석도 ‘개 보름 쇠듯’ 넘어갈 분위기입니다. 나돌아 다니지도, 만나지도 말아야 살 수 있다니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그저 도토리 쳇바퀴 돌듯 살 수 밖에요.

모두의 심신이 지칠 수밖에 없는 세월입니다. 이런 세월은 서로를 보듬어주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세상은 남 못 잡아먹어 죽은 귀신들의 놀음판 같습니다. 조국 못 잡아먹어 죽은 귀신들이 이제 추미애 못 잡아먹어 안달을 하고 있습니다. 승냥이 떼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 꼴이 가관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소리를 듣기가 지겹습니다. 박근혜의 공범에 다름 아닌 사람들의 뻔뻔함이 어이없습니다.

조국이, 추미애가 법을 위반했으면 윤석열이 재판에 넘기면 됩니다. 언론은 그 벼슬짜리들이 이러이러한 죄를 지었다고 보도하고, 법원은 법대로 벌 내리면 됩니다. 잘못이 전혀 없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허망할 것입니다. 그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저지른 부정부패에 비하면 티끌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정권 연장을 막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속으로 웃고 있을 것입니다. “병신들, 해먹지도 못하고 당하는 꼴이라니!”하면서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부패하면 망합니다. 이 나라의 보수는 분명 부패로 망했습니다. 망한 보수는 지금 진보를 부패로 몰아갑니다. 조국과 추미애를 그 ‘프레임’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산입니다. 국민들은 최순실과 박근혜의 추억을 아직 잊지 않고 있으니까요.

부패로 망한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국민은 아직도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할 이유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지금 코로나19의 습격을 이겨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70여 년간 이룬 번영을 허망하게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감정적 대립이라는 호사를 누릴 때가 아닙니다. 오직 한 곳, 코로나 이후의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치사한 비난으로 세월 보낼 때가 아닙니다. 협치 하세요.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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