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미국 대선의 승패가 사실상 결정됐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우편투표의 문제를 제기하며 불복과 소송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연방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선거 당선 룰인 선거인단 매직넘버(과반) 270표를 넘겨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8일 기준, 이미 279표를 확보했기에 남은 주의 개표결과에 관계없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는 우리나라 처럼 단순다수득표자가 당선되는 것이 아니며, 정말 복잡한데 좀 쉽게라도 이번 기회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은 연방제 국가로 여러 개 주(국가)가 모여 함께 만든 나라다. 영문명을 봐도 알 수 있는데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로 아메리카의 묶여진/결합된(United) 주들(States), 즉 미합중국(美合衆國)이다. 그래서 각 주들은 독립적 개별적인 헌법을 갖고 연방정부와 미국 대통령은 각 주의 헌법에 개입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 선출을 각 주별 대리인인 선거인단의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된다. 선거인단은 각 주의 인구비례로 선출된 투표인단이다. 미국 선거인단 총수는 상원100명 하원435명, 즉 535표에 컬럼비아선거구 및 워싱톤시 3표를 더한 538표다. 이중 절반이 269표, 과반이 되려면 270표가 되어야 하기에 이 숫자가 매직넘버가 된 것이다. 여기까진 이해할 만한데 다음이 문제다. 그런데 주별 선거인단 획득 방식은 일부 주는 득표율 비례로 선거인단 표가 배정되지만, 대부분의 주가 주별 대선 개표결과, 한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전부 가져가게 된다. 이러한 선거제 기반 미국의 민주주의는 연방주의와 다수결의 원리를 반영하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경합 주 선거결과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초반 미시간과 위스컨신에서 이기고 개표 막판 펜실베니아, 조지아까지 우편투표 합산 결과 바이든 후보가 역전하면서 매직넘버 270표 이상을 달성해 대통령 당선에 임박한 것이다. 이에 가장 공신력있는 언론사 중 하나인 AP통신도 지난 7일 오전, 바이든 후보가 美 46대 대통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는 인수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사실상 당선인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러한 바이든의 당선은 다음과 같은 긍정적 의미와 전망을 가져보게 한다. 첫째, 미국의 기후비상사태 대응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즉시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했다. 기후활동가 툰베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싸움을 자주 본 적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공멸의 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정부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환영을 넘어 환호할 만한 일이다.

둘째,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 처럼 한국에 과도한 방위비분담금을 요구(사실상 협박)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이 김정은 위원장을 불량배로 비유하는 등 미국정치 주류의 시각과 다르지 않기에 북미/남북관계는 그리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셋째, 사실상 코로나19 대응을 포기선언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당선인이 감염병 관리에 있어 좀 더 유능한 대처를 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코비드 극복은 한국과 더불어 지구인의 감염병 극복과 건강에 핵심이다.

유례없는 투표율과 흑인•여성의 적극 투표에 따른 바이든의 당선은 트럼프의 흑인차별과 젠더폭력 등 비민주성과 과도한 우파포퓰리즘, 코로나19 실패에 대한 심판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 바이든 당선인이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을 피한 미국과 미국민들께 찬사와 축하를 보낸다.

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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