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별 짓을 다 하며 놀았습니다. 붙잡고 뒹구는 것은 보통이었지요. 먹던 것을 뺏어 먹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빨던 아이스 케익을 빨아보지 않은 친구들은 거의 없습니다. 쌀 튀밥 자루에 번갈아 가며 머리를 박고 먹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아이들끼리 놀면서 몸을 스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붙잡고 뒹굴며 노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요? 그런데 친구와 몸을 스쳤다고 질색을 하다니요?

친한 사람들 간의 ‘스킨십’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그런데 ‘비대면’이 일상인 세상의 아이들에게 친구와의 스킨십은 ‘소스라치게 놀랄’ 사건이라니…. 한문 사람 인(人)의 모양은 두 사람이 기대고 선 모양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기대기는커녕 얼굴도 가리고 살라고 합니다. 어른들이야 ‘잠시 멈춤’의 세월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비대면’이 절대적인 세월입니다. ‘스킨십’을 끔찍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친구와 몸 스치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살아야 하는 세상…. 함께 놀면서 몸을 부딪지 않고 노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알려줘야 합니다. 오늘은 불가피하게 비대면이 강요되는 세상이지만 코로나19가 물러나면 서로 붙잡아주고 밀어주고 끌어주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친구와의 스킨십을 끔찍한 것으로 기억하지 않도록 바로잡아주는 과정도 절실히 필요하겠지요.

학교와 가정에서는 ‘코로나19 세대’의 부실한 ‘공부’를 먼저 걱정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와의 스킨십을 끔찍한 것으로 여기는 아이들이 사회생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먼저가 아닐까요?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세월’에 맡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학교와 가정이 함께 남과 어울려 함께 사는 세상을 알려줘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착각하며 살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가 아니라도 요즘 아이들은 친구보다 스마트 폰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엄청나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나왔습니다. 예수 이전(BC)과 이후(AD)로 구분하던 역사를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치료제와 예방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고 합니다. 인류 역사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친해지지도 못한 채 한 학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지구를 잘못 사용한 결과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정확히 알고 올바를 지구사용법을 익히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어른들도 지구를 함부로 사용하던 코로나 이전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지구 사랑을 생활화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우리 아이들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착각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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