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故事成語 이경일

이 말은 병이 이미 고황(膏肓)에까지 미쳤다는 말이다. 고황은 심장의 아래쪽과 횡격막(橫膈膜) 윗부분 사이의 아주 깊은 곳을 말한다. 병이 그 속에 까지 들어가면 낫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 병이 깊어 치유할 수 없는 상태나 일이 커져서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넓은 의미로 나쁜 사상이나 버릇 또는 작풍(作風)이 몸에 배어 도저히 고칠 수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도 쓴다. 중국 춘추시대 좌전(左傳) 성공 10년의 이야기다. 진경공(晋景公)이 어느 날 꿈에 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이 지기에게 달려들었다. “네가 내 자손을 죽였으니 나도 너를 죽여 버리겠다.” 소스라지게 놀란 경공은 도망을 치며 이방 저방 돌아다니다 결국 귀신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귀신은 경공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난 경공은 지난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약10여 년 전 도안고(屠岸賈) 라는 자의 무고(誣告)로 몰살당한 조씨(趙氏) 일족(一族)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뒤 경공은 당시 제일의 무당(巫堂)을 불러 자세히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해몽(解夢)을 해보라고 했다.

“폐하께서는 올봄 햇보리로 지은 밥을 드시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내가 죽는다는 말인가?” “황공 하옵니다.” 낙심한 경공은 그만 병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사방(四方)을 수소문(搜所聞)하여 명의(名醫)를 찾았는데, 진(秦)나라의 고완(高緩)이란 의원이 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급히 사람을 보내 그 명의를 초빙(招聘)하기에 이른다.

한편 병상에 누어있는 경공은 다시 꿈을 꾸는데 귀신이 아닌 두 아이를 만났다, 그중한아이가 “고완은 유능한 의원이야 이제 우리는 어디로 달아나야 하지?” 그러자 다른 한 아이가 대답했다. “걱정할 것 없어 명치끝 아래에 숨어있자. 그러면 고완인들 어쩌지 못하겠지.” 경공이 꿈에서 깨어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두 아이가 자기 몸속에 병마(病魔)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 고완이 와서 경공을 진찰을 하고 경공은 어제의 꿈 이야기도 했다. 진맥(診脈)을 마친 고완은 놀란 눈으로 이야기한다. “병은 이미 고황에 들어 있습니다.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겠습니다.” 마침내 경공은 체념(諦念)하며 사례를 후(厚)하게 하고 고완을 돌려보낸 다음 혼자서 궁리(窮理)했다. “내 운명(運命)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의연(毅然)하게 죽음을 맞이하리라.” 차분한 마음을 먹고 나니 이제는 한결 가벼워졌다.

죽음에 대해 연연(戀戀)하지 않으니 이제는 병도 차츰 좋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햇보리 수확 무렵이 되었다. 햇보리로 밥을 짓게 하고는 그 무당을 잡아들여 가만두지 않고 물고를 내라고 명령했다. “네 이놈, 공연한 헛소리로 짐을 우롱(愚弄) 하다니, 햇보리를 내가 먹지 못한다고? 이놈을 당장 목을 쳐라.” 망나니가 무당의 목을 치자 경공은 무당이 죽으며 지르는 한마디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수저를 들었다.

바로 그 순간 경공은 갑자기 배를 잡고 뒹굴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죽고 말았다. 결국은 무당의 말대로 햇보리 밥을 먹지 못하고 죽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병이 너무 깊으면 나을 길이 없기 마련이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기에 대통령의 잘못이 이미 고황에 미쳐 이제는 치료 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 민심이 천심인 것을 왜 모르는지.

오늘의 故事成語 이경일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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