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요즘 토요일 오후 늦게부터는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촛불 축제를 지켜보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주 토요일(26일)도 그랬습니다. 오후 네 시가 지나면서부터 초조해졌습니다. 눈이나 비가 오면 어쩌나. 너무 추우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행사에 많은 사람이 참석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광화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이 걱정됐지요. 다행히 눈 내리고 추운 날씨도 새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민의 여망을 막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130만 인파가 몰렸습니다.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습니다. 이 나라가 이대로 갈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매주 인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도 버티지 못할 것 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광화문 일대의 모습이 은하수처럼 보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이대로 주저앉을 운명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36년 전 광주를 보는 것 같습니다. 총칼도 두려워하지 않은 시민들의 모습을 광화문에서 보았습니다. 김밥과 물통을 던져주던 광주는 광화문에서 재현됐습니다. 커피와 칼국수를, 언 손을 녹이라고 핫팩을 주었습니다. 내 것 네 것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습니다. 누가 이 나라를 갈가리 찢어져 갈등을 빚고 있는 나라라고 하겠습니까. 누가 이 나라를 미래가 없는 나라라고 하겠습니까.

박근혜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 있던, 내려오던. 그는 이제 중대한 범죄자로 낙인 찍혔습니다. 오죽하면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 ‘공범’이라고 하겠습니까. 검찰도 이제 어제의 그 추악한 얼굴을 한 검찰이 아닙니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정호성의 녹음 파일과 안종범의 메모는 이제 이 나라의 거악(巨惡) 척결의 열쇠입니다. 당장은 검찰이 박근혜와 우병우, 김기춘 등 ‘막가파’보다 지독한 범죄 집단을 처단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데 쓰이겠지요.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 간신들의 발호를 막는 부적으로 쓰여야 합니다. 정치인과 관료, 법조인, 경제인, 문화인, 체육인들의 죽비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만인이 볼 수 있는 곳에 전시해야지 말입니다.

부끄러워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던 해외 동포들의 마음도 동시에 켜든 200만개의 촛불로 밝아졌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박근혜가 만든 ‘헬 조선’은 무너졌습니다. 4류 정치도 발붙이지 못하는 발전을 가져오리라 믿습니다. 기업도 1류가 되리라 믿습니다. 국민이 세계 1류니까요.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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