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다운 눈이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매서운 추위도 만났습니다. 춥고 미끄러워 불편합니다. 그래도 역시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인가 봅니다. 몸을 움츠리면서도, 미끄러운 길을 걸으면서도 그다지 힘겹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겨울철 검붉은 산야의 모습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호복이 내린 눈 덕분에 흰옷으로 단장한 대지가 아름답게 보입니다. 이 모습이 겨울다운, 영광다운 모습이란 생각입니다.

눈이 이 정도 내리면 물무산으로 토끼 잡으러 나가 손·발에 동상이 들기 일쑤였지요. 양말도, 신발도 허술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교실 벽에 늘어서 밀치기를 하며 추위를 달래던 모습, 학생과 선생님들 모두가 토끼몰이를 나가는 광경도 떠오릅니다. 토끼 사냥은 늘 흉작이고 선생님들의 저녁상에는 토끼 대신 돼지가 그 자리에 올랐다지요.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건강하고 사람 냄새 나는 세월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 날리기, 술래잡기, 굴렁쇠, 팽이치기, 궁 지키기, 38선, 스키 타기 등으로 추위를 이기던 그때 그 시절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가난했지만 건강한 세월이었습니다. 이제 부자 나라가 됐다고 말합니다. 춥고 배고프진 않습니다. 그래도 정신적으로는 훨씬 각박해졌습니다. 모두가 먹고 살기에 급급하던 옛적에는 일가친지들의 안위를 걱정했습니다. 지금은 제 앞에 놓인 것에 만족하지 못해 급급해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모두가 건강한 옛 놀이는 잊고 컴퓨터와 핸드폰의 노예가 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금치 못합니다. 그것들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심지어 트럼프에게 까지 관심을 갖고 분노케 하는 감정의 낭비까지도 초래하고 있습니다.

우리 영광은 이낙연 대표 대통령 만들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가까이 지낸 만큼 이 대표의 단점도 많이들 아실 것으로 믿습니다. 흠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대표의 ‘사면’ 발언이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사면’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될 날은 반드시 옵니다. 조금 빨랐을 뿐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DJ의 뒤를 잇는 유일한 인물이란 이유만으로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보름 날, 눈 덮인 산야에서 우리 태극 연이라도 만들어 띄우며 ‘대통령을 배출한 영광’의 꿈을 소망하는 행사라도 벌이고 싶습니다. 물론 코로나19가 그것도 막고 있지만 충분한 거리두기를 하며 연을 날리는 건강한 모습을 그려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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