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시기. 크리스마스엔 친구들과 어울려 한바탕 파티(?)를 벌이곤 했다. 막걸리와 꽈배기를 곁들인 트위스트 파티다. 야전(야외전축)은 필수품(?)이었다. 정열적인 파티의 끝은 감춰두었던 고뇌와 갈등을 풀어헤치는 시간. 다투며 주먹질도 했다. 혼자, 혹은 얼싸안고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 성장통을 앓았나보다. 그래도 당시의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설, 추석에 못지않은 명절이었다.

조일근/언론인

청년기. 나의 크리스마스는 명절이 아니었다. 다니던 교회에서 성경을 배우다 선생님과 의견 충돌을 일으켰다. 독재 정권을 방치하는 미국이 원망스러웠다. 그 나라의 국교인 기독교도 내 마음을 떠났다. 교회와 멀어졌다. 겨우 크리스마스에 혼자 조용히 교회를 찾았을 뿐이다. 죄인 된 심정으로 온 누리에 축복이 내리길 기도했다. 나와 내 나라의 현실을 남(미국)탓으로 돌리며 원망한 어리석은 청년이었다. 실직과 질병 등 인생의 쓴맛을 볼 만큼 봤다.

장년기. 전두환 때문에 못했던 일을 하느라 치열하게 보낸 세월이다. 로마 성 계단 성당의 십자가를 멘 예수 상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동행한 선배가 끌어서야 자리를 떴다.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체험이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답은 얻지 못했다. ‘성령(聖靈)의 인도’가 답이 아닐까 생각될 뿐. 성당을 찾았다. ‘베드로’ 라는 세례명도 받았다. 세파에 찌든 영혼은 성당과도 점점 멀어졌다. 구차한 변명을 하자면 치열한 삶에 매몰된 때문이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엔 교회나 성당을 찾아 예수님의 사랑, 마음의 정화(淨化)를 생각했다.

은퇴 후.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교회를 찾는 발길이 잦아졌다. 어머니의 교회 가는 길을 막았던 아버지다. 노년 들어서야 교회를 찾으셨지만 20여 년간 예수님을 안고 살다 가셨다. 귀향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다녔던 교회를 찾았다. 기억 속 나의 교회는 사라졌다. 크고 화려하다. 그래서인가. 교회 이름도 ‘대교회’로 바뀌었다. 꽃을 잘 기르셨던 이계욱 장로님, 아들 이범 형, 문성 형과 그 누님 등의 얼굴이 떠오른다. 크리스마스인 내일 나는 50여 년 전의 꼬마로 돌아가겠다.

그리고 기도하리라. “하느님, 이 나라엔 수많은 교회와 수많은 기독교인이 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겠나이다. 우리는 불신과 갈등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북‧동서‧빈부‧세대간, 심지어 같은 아파트의 위아래 층간에도 갈등하며 살아갑니다. 갈등하는 서로가 화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게 해주시길 빕니다. 서로 용서하고, 이해함으로써 서로를 포용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대통령은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오직 정파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싸움만 일삼고 있습니다. 중국은 굴기(屈起)를 외치며 패권국으로 치닫고, 일본에는 군국주의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일본에 맡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 정세가 불안한데 경제가 온전할 수 있겠습니까. 이 나라의 권력과 돈을 쥐고 있는 자들에게 성령이 임하사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데 전력을 기하도록 인도하여주시옵소서.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작은 기여라도 하기 위해 영광군민신문이 첫발을 떼었습니다. 힘과 돈 있는 자에게 비굴한 모습 보이지 않고, 약한 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도록 지켜주시옵소서.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하셨습니다. 강한 문화의 힘을 가진 영광이 되는 데 기여하는 신문이 되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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