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출현으로 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이후 줄곧 떠나지 않는 물음이다. 처음엔 분노가 치솟았다. 망연자실 했다. 걱정이 밀려왔다.나라가 걱정됐다. 갑자기 애국자가 됐다. 솔직히 말한다. 끓는 속을 욕으로 달랬다. 며칠 지나면서 마음이 안정됐다. 혀를 차는 횟수가 늘었다. 실없는 웃음이 났다. 차츰 세상이 변했다. 제 앞에 큰 떡 놓으려는 다툼질로 세월 가는 줄 모르던 정치인들이 애국자 모드로 변해갔다. 박근혜 찬가를 부르던 언론은 사라졌다. 그 자리를 ‘박근혜 죽이기’가 차지했다.

역시 언론은 민감하다. 앞 다퉈 박근혜의 치부를 들춰냈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기사는 새로운 치부로 가득하다. 칼럼이나 사설은 비난과 퇴출 주장으로 도배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과거 행적을 알고 있다. 어쩌면 하루아침에 이렇게 돌변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말은 못하지만 ‘게이트’ 관련 뉴스를 보고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웠다. 그간 언론은, 소위 주류라는 언론일수록 박근혜 찬가를 열심히 불렀다.

그들의 오늘은 옳다. 정당하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의 과거 잘못을 먼저 털어놓았어야 한다. 반성했어야 한다. 사과도 했어야 한다. 그들은 그런 것들을 모두 생략했다. 언제 그랬느냐는 것처럼. 한 달이 넘어서야 반성문을 보았다. 언론사 공식 입장이 아니다. 한 신문의 컬럼이다. 정확히는 중앙일보 29일자 ‘권석천의 시시각각’이다. 아무도 지난 4년을 반성하지 않는 가운데 탄핵은 정치적 이벤트가 돼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논설위원 권석천은 “다리 부러진 사자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 라는 조응천 의원의 말을 인용했다.

언론을 포함한 검찰, 종편의 패널은 물론 야당 까지를 ‘하이에나 떼’라고 했다. 언론은 치켜 올리느라 바빴고 검찰은 시키는 대로 절대복종 했다고 지적했다. 부역자들이라는 지적에 다름아니다. 그는 이어서 야당도 ‘다음세상’을 준비하는 치열함을 보여주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장의 시민들을 야당의 지지자로 착각하는 것을 경계했다.

컬럼과 사설, 해설로 박근혜 정권을 뒷받침해온 언론으로서 회사 치원의 고백과 반성, 사과는 아니지만 기자로서는 통열한 반성을 한 셈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언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였다. 종편의 패널들은 박근혜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데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늘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박근혜를 비난하고 있다. 뻔뻔하게도, 구토를 유발한다. 뉴스 해설자요 정국을 전망하는 전문가 행세를 한다.

야당은 마치 차기 대권이 자기들 것인 양 한다. 민주당은 정치권과 국민을 아우르고 의견을 모아 나라를 하루빨리 정상으로 만드는 주역이 돼야 한다. 그런데 아니다. 야권 공조도 못한다. 독주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들의 목표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아닌 차기 대권이라는 의심을 하게 한다. 욕심 부리지 않고 광장의 소리에 충실하면 대권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것이 된다. 그것이 순리다.

기가 죽은 새누리당, 의원 수가 3분의 1도 안 되는 국민의 당도 국민들에게 대권에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아우르고 타협하지 못하면 광장의 목소리 한방에 훅 간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재명의 급부상을 보면서도 느끼지 못하는가. ‘친박’과 ‘친문’이 과거 4류 정치의 소산인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언론과 검찰은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린다는 것을 동물적 감각으로 알고 있다. 정치권, 특히 민주당은 명운을 다한 박근혜를 상대로 ‘똥볼’을 찼다. 박근혜는 독선으로 망했다. 타협하지 못하는 정치인, 정파도 박근혜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고집 부리지 않고 타협의 자세를 견지하는 박지원이 돋보이는 이유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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