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5월. 저는 이름뿐인 기자였습니다. 기자로서 할 일을 다 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5월이면 아픕니다. 21일. 눈에 들어간 최루탄 가루도 씻고 다리쉼도 할 겸 도청 앞 식당에 들렀습니다. 순간 총 소리가 쏟아지고 사람들이 달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사위는 정적에 잠겼습니다.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 속에 들여다 본 시계는 낮 1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잠시. ‘땅!’ ‘땅!’ 간헐적으로 총소리가 들리고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심각한 사태를 직감하고 문을 밀치고 나가는데 ‘땅!’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총탄이 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도청 앞 분수대를 앉아 쏴 자세를 한 군인들이 빙 둘러 있었습니다. 그들은 움직이는 사람을 저격하고 있었습니다. 죽을 뻔 했다는 생각보다 분노가 끌어 올랐습니다. 국민을 저격하는 국군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누구를 향해 쏘는지 모를 ‘땅!’ ‘땅!’ 총 쏘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렸습니다. 헬리콥터 소리와 사람들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땀에 전 내의를 입은 중학생이 제 키보다 긴 총을 질질 끌며 걷는 모습. 골목길을 뛰쳐나가던 소년은 분수대 쪽에서 날아 온 총탄에 맞아 아스팔트에 쓰러졌습니다. 당연히 그를 구하러 나가야 했는데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운 저의 모습이 지금도 싫습니다.

저는 정의로운 시민도 아니었습니다. 기자정신으로 무장한 기자는 더욱 아니었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껏 그 때의 제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은 잊히지가 않습니다. 군부 독재 정권에 의해 해직기자로 7년여 세월을 고통 받은 것으로도 그해 5월에 대한 부끄러움은 제 스스로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도 뉘우칠 줄 모르고 “왜 그래?”하며 되레 짜증을 내는 전두환의 모습에서 ‘광주의 5월’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을 금치 못합니다.

미얀마가 제2의 광주가 됐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립니다. 목숨을 걸고 군부에 항거하는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습니다. 그들을 응원합니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려나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 천의 핏발 서려있네/ ….’

41이 지났습니다. 이제 지우고 싶습니다. 그러나 광주는 아직도 아픕니다. 피가 철철 흐릅니다. 풀리지 않은 의문이 너무 많아서입니다. 왜 찔렀을까요. 왜 쏘았을까요. 그 많은 넝마주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이제야 진상조사에 나섰으니 ‘5월’은 언제나 끝날지···.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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