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읍 노인대학장

부산소재 한 보건소에 근무하던 30대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과중한 업무가 심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결정적 요인인 것 같다. 작년 초부터‘코로나19’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여온 이들의 간절한 구조신호에도 우리 사회가 이렇다할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결과다. 이들의 헌신에만 기대온 관계당국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상응한 개선책을 서둘러야 한다. 누군가의 가혹한 희생으로 버티는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인은 최근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간 병원을 새로 담당하면서 극심한 압박감과 우울감을 호소했으며 토요일에 출근해 종일 일한 뒤 이튿날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이 비보가 알려지면서 보건소 간호직을 비롯해 방역현장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은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로 간호직 공무원들의 초과근무는 월 100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비상이 걸리는데다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 격리하고, 격리 이탈자를 고발하는 일은 대상자들의 비협조로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방역과 관련한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인력확보와 보상으로라도 지원을 했어야 한다. 일선 보건소 간호사 인력부족은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상황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017년 대한간호협회는 전국 보건소 142개소에서 600여명의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런데도‘코로나19’위기가 1년을 훌쩍 넘겨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충원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동안은 월 67시간만 초과근무로 인정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비극은 또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역의 질도 현실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병희 홍농읍 노인대학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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