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입니다. 한글을 청제한 세종대왕과 더불어 가장 존경 받는 인물로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장군은 명량대첩 후 병선 건조를 도운 영암의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을 것이니 호남을 잘 방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이 말씀이 민주당 대선 경선국면의 화두가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측이 즉각 “호남을 비하하는 중대 실언”이라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정세균 전 총리도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의 역사인식이며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일베(극우보수 커뮤니티)와 같다”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역시 호남 출신인 박용진 의원도 “삼국시대 수준의 논쟁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는 민주당 경선이 부끄럽다”고 이 지사를 겨냥했습니다.

호남 출신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이 지사를 공격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이 지사 측은 ‘호남 비하’발언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사의 발언은 호남인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호남인들은 나라가 위에 처할 때마다 생명과 재산을 바친 역사를 써 내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지사의 호남비하 발언은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당연히 이 지사에 대한 거친 항의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그 발언이 ‘호남 비하’가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호남은 민주당을 서슴없이 버릴 것입니다. 이는 호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라가 남북으로 갈렸습니다. 통일이 민족의 숙원임은 당연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북한을 다른 나라나 다른 민족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통일돼 함께 살아갈 동포이며 국가인 것입니다.

분단의 비극을 안고 살아가는 것도 버거운데 또다시 호남을 갈라치기하는 것은 반민족적이며 반국가적인 사고입니다.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저해하는 인식입니다. 남북통일은 민족의 염원입니다. 갈라진 나라에서 또다시 호남을 갈라치기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을 정상적인 정당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물론 대통령을 배출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호남을 비하하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정당에 미래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누가 뭐래도 호남이 키운 정당입니다. 호남의 표를 먹고 자란 정당입니다. 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 지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경선 후보 사퇴를 권합니다. 민주당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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