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좋았다. 지금도 좋다. 그리고 있으면 행복하다.”

서양화가 최양선. 그는 중학교 미술 선생님에게서 수채화를 배웠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림은 포기하지 않았다. 스무살 무렵 유화를 노크했다.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도 교수님의 지도도 받지 못했다. 혼자 공부하고 그렸다. 붓을 놓지 않았다. 군대 생활을 하면서도.

어느덧 서른다섯. 열심히 하다 보니 그에게도 스승이 생겼(?)다. 광주·전남이 아닌 수도권의 전업작가들과 교류하며 배운다. 서양화 3세대의 주류 인물들인 이성미(수원)·조성호(인천) 등이다. 그의 그림도 진보하고 있다. 화려한 색조에서 간결한 색채로, 구상에서 개념미술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그림이다. 사물의 모양 자체보다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는 그림이다. 과정 속에서 가치와 철학을 찾아 캔버스에 담아낸다.

이제 어엿한 전업작가의 반열에 진입했다. 대학 인맥도 끌어주는 ‘교수님’도 없는 미술계의 ‘흙수저’가 초대전을 열 정도의 화가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 그런대로 밥값도 한단다.

최양선은 영광읍 곧올재길에서 산다. 그의 작업실은 물무산을 안고 있다. 안지 물무산 품안에서 최양선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수도권 화가들이다. 수시로 불려 간다.

최근엔 인천미술협회가 주최하고 인천 국제 아트페어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전시회에 불려갔다. 지난달 4일부터 9일까지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 물무산 자락에서 그린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품 ‘갯벌 아낙’은 단조로운 색조로 고단한 삶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아낙은 내일에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 줄기 빛을 마주하고 있는 단조로움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양선이 20여 년 전부터 물을 주고 키운 작업실 앞 거친 바닥에 뿌리박고 자란 팽나무. 물무산을 쳐다보며 자란 팽나무에 구름이 걸렸다. 그 순간 최양선은 공간이란 개념의 변화를 느꼈다. 붓을 들었다. 그렇게 작품 ‘공간’은 태어났다. 날카롭다. 단조롭다. 반추상이다.

마냥 단조롭고 우중충한 것만은 아니다. 비 내리는 이화여대 앞길의 중세 유럽풍의 건물 앞.그 앞에 빨간 우산을 든 대학생을 세웠다. 대학생은 분명 아직 미혼인 양선의 마음속 여인이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산의 그 선연한 빨간색에서 그림을 향한 최양선의 정열을 본다. 단순한 색조의 개념화를 추구하면서도 청년의 끓는 피는 감출 수 없나보다.

섬세한 터치가 돋보이는 ‘황소의 눈물’은 그 방울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다. 최양선이 소화하는 그림의 무한한 스펙트럼이 드러난다. 이제 물무산을 그리고 싶단다.

미술관 하나, 내로라는 작가 한 사람 없는 영광에서 국보급 화가가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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