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299명이 투표해 찬성 표가 234표였으니 예상을 뛰어 넘는 결과였다. 친박이라 호칭되는 의원들 중에 숨은 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의도만 의외의 결과라 놀랐을 뿐이지 국민들 입장에선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국민 80%가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민심의 추이를 대의기관인 국회가 엇비슷하게 반영한 셈이다.

잘 알다시피 탄핵의 근본 동기는 국정농단이다. 최순실이 거의 대통령을 지휘했을 정도의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 일당을 돕기 위해 재벌들을 등친 일도 간과할 수 없는 탄핵 사유다. 청문회에 나온 재벌 총수들이 다른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극구 주장했기에 수뢰죄를 밝히기가 쉽진 않겠지만 이후 특검 수사의 경과를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의 동기 중에서 세월호 사건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법리적으로 무게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세월호 7시간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많은 아이들이 침혹한 순간을 겪으며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대통령은 머리를 손질했고 또 나머지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정확히 밝히지를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은 바로 세월호 그날로부터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움텄다. 결국 박대통령은 재난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의 증오를 샀고, 그로 인해 탄핵에 까지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듯 재난 대처는 국정운영의 핵심 항목이다.

영광군이 전국 기초자치단체중 재난행동 매뉴얼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1위의 성적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다. 한빛원전 등이 있는 지역적 특성이 재난관리에 대한 세심한 노력을 이끌어 낸 셈이다. 대통령이 관저에 쳐박혀 있다 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꽃 같은 아이들을 죽음의 물길 속으로 몰아넣은 청와대에 대한 분노가 새삼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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