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그 판단 기준을 잡기가 힘든 것은 고금을 통해 봐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을 처리할 때 자기 의도대로 시원스럽게 잘 처리하는 사람을 우리는 배짱이 두둑하다고 한다. 즉 배포(排布)가 크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도량이 옹졸하고 나중 일을 걱정하며 할까 말까 망설이며 판단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간이 작아 ‘사발에 든 고기나 잡겠다.’고 놀리며 흉을 본다. 이때 후자와 같이 도량이 좁고 식견도 보잘 것 없는 사람을 ‘두소지인’이라고 하였다.

두(斗)는 열 되 들이 한말을 말하고 소(筲)는 대나무로 만든 그릇인데 한말 두되 정도 들어가는 통이다. 두소(斗筲)는 본래 녹봉(祿俸)이 적다는 의미로 쓰였다. 요즘말로하면 쥐꼬리 만 한 월급과 같은 말이다.

공자(孔子)와 제자 자공(子貢)의 대화에서 나온다. 말재간이 좋고 이재(利財)에도 밝았던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어떤 사람을 선비라고 하는지 물었다. 공자의 대답은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 할 줄 알고 외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군주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는 자라면 선비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거기에 더하여 효자로 칭송받고 마을사람들이 공손하다고 말하면 그 다음의 선비이고, 말이 믿음직스러우며 일에 과단성이 있다면 융통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 다음 수준은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자공은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은 선생님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물었다. 공자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한다. “한말 두되 정도 하는 사람들을 따져서 무엇 하겠느냐!” 정치하는 사람들의 도량을 그릇의 크기로 비교해서 대답했던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과단성이 있어야하고 배포도 두둑해야 함을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다. 융통성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과단성이 있다는 말과 상통하는 말이다.

공자 시대면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른들이 이야기 하는 중에 지난날과 비교해서 말하면 무조건 꼰대라고 치부하며 별로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논어가 교훈이 없이 그저 보통의 책이라면 2500년을 살아남았을까. 이런 책들을 읽어 보지도 않고 꼰대들이라고 간주(看做)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옛것을 읽혀 새것을 알다) 이라는 고사가 있다. 공자시대에도 옛것과 현재의 것을 비교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20대 청년이 10대 동생들에게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불과 10여년 차이 나는데도 그런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두소지인이 되지 않으려면 독서를 많이 하게 되면 도량이 넓어지고 창의력도 풍부해짐은 기정사실이다.

공자는 작은 일에는 서툴어도 큰일을 맡길 만한 사람은 군자(君子)요, 결코 큰일은 맡길 수 없고 작은 일에 능한 사람을 소인(小人)이라고 했다. 또한 일을 하다보면 과오를 저지르게 되는데 그 잘못을 인지했다면 고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사람은 군자요, 과오를 저질렀을 때 변명을 늘어놓거나 다른 사람에게 핑계 대며 모면하려는 사람을 소인이라고 했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즉 나에게 과오가 있다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고 말씀 하셨다.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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