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노태우 전 대통령이(이하 경칭생략) 죽었다. 전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국가장을 치렀다. 국가장은 전 국민적으로 애도를 표하는 장례식이다. 전직 대통령이었다고 하나 전두환과 함께 12·12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국가내란죄로 17년형을 선고 받았다. ‘전 국민적 애도’도 물론 없었다. “죽기 전에 ‘광주’에 사죄도 하지 않았다. 이들 재현씨가 광주를 방문 거듭 사죄했으나 본인은 사과나 사죄를 표한 적이 없다. 노태우의 국가장이 마땅찮은 이유다.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이나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헌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인물이 대상이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항쟁 무력 진압의 주범이다. 노태우는 고르바초프 소련 수상과 회담하는 등 북방정책에 다소의 공적을 남기기는 했다. 하지만 쿠데타의 2인자다. 5월 광주를 무력진압,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주범에 속한다. 공(功)보다 과(過)가 훨씬 크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김대중·최규하·노무현 대통령만 국가장(국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은 가족장을 치렀다. 역사는 노태우를 전두환과 함께 12·12 군사 쿠데타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5월 광주학살의 주범이기도 하다. 전두환과 함께 죄 없는 국민을 무참히 학살한 주범인 노태우의 국가장이 불가한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반국가적 범죄자인 그는 ‘광주’에 사죄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

노태우의 아들 재현씨가 두어 번 광주를 찾아 5월 영령들께 참배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보였다. 아버지를 대신한다고 했다. 광주 사람들은 그를 따뜻하게 맞았다. 하지만 아버지 노태우를 용서한 것은 아니다. 아들은 진정성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아버지 노태우의 과오를 씻기엔 태부족이다. 노태우가 병석에서 거동은 못한다 해도 자필 사과문이나 육성 녹음 사과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터다. 수천억 원으로 알려진 비자금을 국가에 내놓겠다는 소식도 물론 없다.

더욱 ‘5월 광주’의 진상은 아직도 다 밝혀지지 않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가 겨우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헬기에서 기총소사를 한 증거가 있는데도 부정하고 있을 정도다. 사망, 또는 행방불명된 시민들의 숫자조차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그 많던 넝마주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노태우의 국장에 광주시가 어떤 애도도 표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다.

장병완 전 국민의 당 의원은 2012년께 국민장법 개정안을 냈다. 전두환과 노태우를 겨냥, 국민장법 개정안을 냈다. 국민 모두 한마음으로 추모해야 하는 것이 국민장인데 반국가적 범죄자인 이들에 대한 은 국민통합 측면에서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타깝게도 이 법안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계류중’으로 마지막 소식을 전하고 사라져버렸다. 물론 장 의원도 이제 국회의원이 아니다. 누군가 다시 들고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전두환을 비롯한 12·12 쿠데타의 주역들은 아직도 5월 광주에서의 만행을 시인하지 않고 있다. 무고한 시민을 향한 무차별 폭행과 사격, 흔적이 뚜렷한 헬기에서의 사격, 암매장 등에 대해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5월 광주’의 고통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그들을 용서할 수도 없다. 아들 재현씨의 광주를 향한 거듭되는 사과에도 아버지 노태우를 아직 용서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광주의 이 같은 아픔을 모를 까닭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국가장으로 했을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포석일까? 그렇다면 오산이다. 미안하지만 노재현 씨도 민주당 후보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만만하게 보고 비웃을 것이다. 만약, 내년 대선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당선이라도 되는 날이면 전두환도 국가장으로 할 것이다. 전 씨가 “대통령을 잘 했다”고 한 사람이니까.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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