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열정의 아이콘 '요진건설산업' 최준명 회장

요진건설산업 최준명 회장

영광 사람 최 준명. 알찬 기업으로 소문난 요진건설산업 회장. 학교법인 휘경학원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한국보육원 이사장. 금융과 알미늄 회사까지 거느렸으니 명실공히 ‘그룹’ 회장이다. 사람들은 영광 출신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업가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만 83세를 며칠 앞둔 최 회장과의 만남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사옥 5층 회장실에서 이루어졌다. 보통 ‘회장님’을 만나려면 시간과 절차가 다소 성가시다. 그런데 아니다. 지체 없이 회장실로 안내 받아 들어서니 반갑게 손을 내민다. 17년이란 나이차를 생각하면 아저씨 뻘인데 형님처럼 느껴진다. 긴장감이 사라지고 푸근해진다. 은발만 아니면 열 살 쯤 아래로 보일 만큼 다부친 체격이다. 세계적 첨단 기술력과 시공 능력, 안목이 없으면 엄두도 못낼 20여 만 평 규모의 대규모 주상복합 단지(일산 Y-City) 조성과 분양에 성공한 키 160cm의 작은 거인 최 준명 회장과 대하 시리즈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의 문을 연다.

▲회사 이름이 특이 합니다. 어떤 의미나 사연이 있습니까?

한학을 한 형님께 부탁했다. 어질고 바르면서도 크게 떨치라는 뜻이다. 많은 질문을 받았다. 어려운 이름이지만 이름 값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임금 요(堯)자 인데 가장 큰 회사는 못됐지만 시공 능력만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설계는 교수들께 배웠지만 시공은 교수들이 나에게 배웠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다고 하셨는데 어떤 사연이 있는가요?

입학하러 갔는데 키가 작다고 내년에 오라고 해 못 갔다. 일본인 선생이라 그러나보다 했다. 그 후 살림이 어려워 입학하지 못했다. 열두살 해방되던 해, 원불교에서 서울 한남동에 보육원을 개설했다. 영광서 30명이 올라왔다. 장티푸스가 창궐해 많이 죽었다. 나도 걸렸지만 다행히 살았다. 전북 이리로 내려갔다. 원불교 재단 중학교에서 급사로 일했다. 선생님들 찾아다니며 영어와 수학 등을 배웠다. 정 병휴 전 서울대 교수께서 교감이셨다. 중 3 실력은 된다면서 3학년에 편입시켜 줬다. 열일곱 살에야 정식으로 학생이 됐다. 덕분에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한양공대 건축과를 고학으로 마쳤다.

▲가난한 고학생이 자기 사업을 시작하기가 어려웠을텐데요.

대학 재학중에 동성상공(현재 경기도 업체)에 입사했다. 미군 막사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 시공 실력을 인정 받아 전무까지 고속 승진했다. 30대 후반 작은 회사를 샀다. 요진건설로 개명했다. 초창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게 친하던 업체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외상 거래를 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미군 공병단과 사업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액이나 도급 순위에 비해 알찬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관심을 끌고 있고요. 경영철학, 혹은 방침이 건강해서인가요?

재계에서 돈 잘 주는 회사로 소문이 났다. 요진 어음은 사채 시장에서 삼성 다음으로 인기가 있다. 월급을 밀려본 적이 없다.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았다. 기업합병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내실을 기하면 뿌리가 내리고, 뿌리가 튼튼해지면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는 것 아닌가. 꽃과 열매도 당연히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자회사가 늘어난다. 금융과 제조업 등 자회사가 늘어난 것도 그 결과다. 신입 사원들에게도 요진을 종착역으로 생각하고 뿌리를 내리도록 당부한다.(요진 가족은 약1천 여 명에 달한다)

▲IMF와 금융위기 등 어려운 시기는 어떻게 넘기셨습니까?

위기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 위기를 겪지 않는 사업은 없다. 작지만 알찬 회사로 만들겠다는 소신이 위기를 넘기는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성장은 늦었는지 몰라도 남의 돈을 쓴다거나 부도를 내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교육에 관심과 열정을 보이시는 이유는 알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선 교육에 관한 남다른 철학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나는 사업가다. 사람 키우는 사업이 가장 큰 사업이라 믿는다. 보육원, 선행 어린이상 시상, 휘경학원 까지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골프 팀 운영도 그 영역이다. 교육의 중요성에 비해 공적 투자는 미흡하다. 교육열이 성장 동력이던 시절은 지났다. 도를 넘은지 오래다. 교육열이 병폐를 낳고 있다. 교육 인플레다. ‘식자우환(識字憂患)’현상이 심각하다. 취직 못해 대학원 가고, 유학 다녀와서 밥장사 하는 청년이 부지기수다. 가정은 물론 국가적 낭비다. 교육 하향평준화 하는 나라가 없다. 교육의 질이 걱정이다. 내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육원에서 보냈으니 보육원을 후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기분도 좋다.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20여 년 전 향우 장학금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우렸다고 들었습니다. 초창기 향우회장을 맡아 활성화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셨고요.

내가 경제적으로 손해나야 남을 도울 수 있다. 그 대가로 즐거움을 얻는다. 다른 대가는 바라지 않아야 한다. 향우들이 자주 만나 정도 나누고, 서로 도와 가면서 살아야 한다. 고향 영광이 더욱 발전하길 간절히 빌면서.

서가에 노자(老子)와 성리학, 법철학 등의 책이 꽂힌 소박한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최 회장은 인천의 현장에 가는 길을 서둘렀다. 골프는 보기 플레이, 등소평 보다는 3cm나 크다며 밝게 웃는다. 참 귀여우시다.(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