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학당’이란 TV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맹구와 오 서방이 출연, 조금은 부족하고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인기를 누렸습니다. 요즘은 코미디 프로그램 인기가 별로인 것 같습니다. 하긴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정치판이 더 웃기고 있으니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가 없을 밖에요. 여야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돼 ‘건곤일척’(천하를 걸고 벌이는 한판 승부)의 싸움이 한창인데 웬 코미디 타령이냐고요?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말과 글 가운데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본을 방불케 하는 대목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난달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했습니다. 채 가시지 그해 5월의 생채기를 후벼 판 것이지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맞습니까?

‘광주’는 당연히 분노했습니다. 당내에서조차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오자 ‘사과’를 표명했습니다. 이어 기르는 개의 입에 사과를 물린 사진을 SNS에 올렸습니다. 졸지에 국민은 개가 돼버렸습니다. 5·18은 3·1운동과 광주학생의거, 부마항쟁, 4·19의거와 맥락을 같이 하는 민주화 운동입니다. 그는 ‘법’으로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내란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전두환을 옹호하는 말을, 그것도 광주에서···. 그야말로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론조사는 윤석열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앞선다고 말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는 것입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조·중·동과 종편 등 보수언론들이 반정부 기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국 수석 가족 관련 기사로 수 개월간 ‘도배’를 하면서 민주당 정권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을 부정한 정권에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나라의 소위 ‘주류 언론’은 박정희에서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보수정권하에서 덩치를 키웠습니다. 그 정권들의 하수인 역할을 적당히 하면서 공생 관계를 이어 온 것입니다. 촛불정국에서는 적당히 촛불민심을 거들면서 자세를 낮췄지요. 그러나 권력과의 공생에 맛들인 보수 언론은 ‘조국 죽이기’를 시작으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권 교체에 적극 나섰습니다. 늦깎이 검사 윤석열을 영웅으로, 이어 대통령 후보로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사실 국민의 힘에는 마땅한 대통령 후보가 없었습니다. 탄핵으로 몰락했으니 대통령 ‘깜’이 없을 수밖에요. 그런데도 윤석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문재인 정부의 실정? 아닙니다. 현 정부 들어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올랐습니다. 코로나 19 대처에도 성공적입니다. 권력 사용도 극도로 자제했습니다. 보수언론의 정권교체 집념이 국민을 집단최면 상태로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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