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칭은 생략하겠습니다. 김한길은 김대중 정권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도 했습니다. 부인 최명길도 유명 탤런트로 활동했지요. 벼슬도 할 만큼 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선대위의 한 축을 맡는다고 합니다. 이쪽(민주당)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저쪽으로 간다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김한길에 앞서 광주 국회의원이던 김경천, 자타 공인 ‘DJ 맨’인 4선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골수 동교동 계 조홍규의 바통을 이어받아 광주에서 4선을 한 김동철 전 국민의 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눈은 결코 곱지 않을 것입니다. 이전에도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 호남에 실망을 안긴 정치인들이 있었지요. 한화갑·한광옥·김경재 등입니다.

그들-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사람들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1회용 반창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보수 정권이 왜 그들에게 벼슬을 ‘하사’했을까요? 꼭 필요하다거나 벼슬자리가 남아돌아가서는 아닐 것입니다. 진보를 아우른다는 모양새를 갖추는 정치적 ‘꼼수’로 이해합니다. 물론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인들은 ‘전향’한 그들을 보는 눈이 곱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수로의 전향 시즌2’가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당선에 공을 세워 벼슬을 해보겠다는 속셈이겠지요. 아직 건강한데 ‘백수’로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명색 ‘거물’들이 새까만 후배에 빌붙어 벼슬을 구걸하겠다는 모습이 참으로 딱합니다. 4선이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합니다. 그들이 광주를 짓밟은 전두환을 “정치는 잘 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벼슬을 구걸하러 갔다는 사실이 서글픕니다. 자존심이 상합니다.

호남은 비록 정권에서 멀고, 가난했지만 DJ의 성공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결국 ‘주변’에서 ‘중심’이 되는 역사를 썼습니다. 천년의 한을 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낙연을 통해 다시 한 번 ‘중심’이 되는 역사를 쓰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했습니다. 호남 스스로 ‘중심’에서 ‘주변’으로 되돌아가는 역사를 선택한 것입니다. DJ의 성공으로 ‘천년의 한’을 풀었다면 이낙연의 실패로 다시 한(恨)의 역사가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화갑·한광옥에 이어 김한길·박주선·김동철 등 ‘DJ 맨’ 들이 윤석열에 줄서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고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호남이 언제 다시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 암담합니다. 역사는 이낙연을 외면한 호남 스스로 정치의 중심이 되는 길을 버렸다고 기록할 것입니다. 호남인들은 아직 DJ를 잊지 않고 있는데 ‘DJ 맨’들은 DJ를 버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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