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간신들은 자기의 권력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편당을 만든다. 권력을 유지하려면 자기들에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정농단을 저지를 수 있는 집단에는 저질스러운 파리 떼 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권력의 맛을 아는 일부 지식인으로부터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식자들, 귀한 집 자식, 거리의 부랑아들, 자식을 낳을 수 없는 환관 등 다양한 군상들이 있다. 비열하다는 공통분모(共通分母)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보이지 않는 약속과도 같다.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득세한 간신들이 있지만 후손 때문에 거론할 수가 없다. 위충현은 중국 역대 간신들 중에 패거리를 잘 지어 후세에 비난을 많이 받은 명(明)나라 환관이다. 그에게는 딸 하나만 있었다. 그러나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아들, 손자로 받아들였다. 이런 자식들을 중심으로 오호(五虎), 오표(五彪), 십구(十狗), 십해아(十孩兒), 사십손(四十孫) 따위의 사조직을 거느리고 악행은 물론 주(朱)씨 왕조를 사실상 자기가 좌지우지하는 위충현의 왕조로 만들었다. 당시 백성들이 ‘인성 없는 악마’ 라고 외치며 치를 떨었다고 한다.

위충현은 7년을 집권했다. 17년 뒤 결국 명나라는 만주족 청(淸)에 의해 멸망하고 만다. 환관들의 수법은 대부분 단순하다. 위충현의 국정농단의 실태를 한번 면밀히 들어가 보자. 위충현은 하북성 숙녕(肅寧) 출신이다. 태생이 좋지 못한 시정잡배다. 게으르고 술과 도박 등 인간이 하는 일중에 나쁘다는 것은 고루 갖춘 인간 망종(亡種)이었다. 그런 망나니 같은 인간도 짝이 있었는지 풍(馮)씨 에게 장가들어 딸을 하나 두었으나 22세 무렵에 도박 빚에 시달리자 스스로 남성을 포기하고 북경으로 상경하여 황궁의 태감에 오른다.

그는 배운 것이 없어 무식했지만 담력과 결단력을 겸비한 사람으로 처음에는 일처리도 분명하고 능숙했다. 또 상대방의 말을 경청(傾聽)할 줄 알았으며 아첨과 비위 맞추는데 능수능란했다. 이런 매끄러운 일처리 때문에 신종(神宗)황제 주익균(朱翊鈞)의 맏아들 주유교(朱由校)와 그의 모친을 모시는 자리로 승진됐다.

사실 주유교는 황제의 재목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장손인지라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차기 황제자리는 말 그대로 따 놓은 당상 이었다. 무식하지만 교활했던 위충현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위충현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정성을 다해 주유교를 모셨다. 특히 공부는 뒷전이고 놀기를 좋아하는 태자에게는 젊은 시절 건달생활 할 때 배운 도박과 주색잡기 등 달콤한 생활을 그대로 전수 했다. 어린 주유교를 데리고 도박장은 물론 기생집까지 섭렵하며 주유교는 위충현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는 상황으로 점점 빠져든다.

명나라 주 씨 왕조는 중기로 접어들면서 환관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후기로 가면서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황제의 무능함과 환관들의 득세로 사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어려서부터 못된 것만 배우는 주유교의 앞날은 그야말로 망해가는 시작에 불과했다. 시간이 갈수록 주유교는 오락과 주색잡기에 빠지며 어리석은 예비 군주가 되어간다. 명나라의 기운이 다해 가는지 그런 주유교가 1620년 ‘동림당’의 추대를 받아 보좌에 오른다. 그가 천계제(天啓帝) 희종(熹宗)이다.

열여섯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올랐으나 한참 잡기에 손을 대고 있다가 왕이 되었으니 그 뒤에 도래되는 일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최측근으로 주유교의 잡기 스승이었던 위충현은 날개를 단 셈이다. 희종은 예상대로 7년 동안 정무에는 관심이 없고 매일 먹고 마시며 몸과 마음을 탕진했다. 정치에 관한 공무는 위충현에게 맡기고 나랏일을 놀이처럼, 거대한 중국의 황제자리를 마치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환관들이 바보 같은 명목상 황제를 끼고 천하를 호령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위충현은 너무도 쉽게 권력을 탈취했다. 학문을 거의 익히지 않은 위충현은 교활함과 음험한 개성을 한껏 이용하여 권력에 대한 야심을 키웠다. 그 진행과정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니 떨지 않는 자가 없었다. 어찌 보면 인간 망종 위충현이 스스로 빚을 갚지 못해 생식기를 절단하고 궁궐로 입성 하면서부터 간행이 시작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어떻게 흘러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2부로 계속>

이경일 회사원(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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