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관은 조선 문화의 황금기라 불리는 성종 대에 설립된 학술․언론기관이다. 경서․ 사적의 관리, 문헌의 처리 및 왕의 자문 역할까지 맡았다. 사헌부․ 사간원과 함께 언론 삼사에 속했다. 예시한 역할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위상이 하늘을 찔렀을 법 싶다. 유학이 통치이념이었던 조선조에 문․사․철을 틀어쥐고 왕을 수시로 알현해 조언하는 문고리 권력까지 챙겼으니 빈말은 아니다. 실제로 정승 판서 등 고위관리들은 거의 예외 없이 홍문관을 거쳐 갔다. 이렇듯 알짜 보직이었던 탓인지 옥당(玉堂)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했다. 말 그대로 보배로운 자리라는 뜻이다.

홍문관이 세도의 중심이었던 이 무렵에 '아들을 낳아 원님으로 보내려면 남쪽의 영광이나 북쪽 황해도의 안악으로 보내라'는 말이 나돌았다. 두 고을의 수령이 지방관직 중에 으뜸가는 꽃보직이었다는 얘기다. 지금 같으면 인구 많고 세수 많은 지자체로 인정을 받았던 것 같다. 사실 당시 두 고을은 부가 예사롭지 않았다. 안악은 그 유명한 재령평야의 중심지였고, 영광은 지방 특산물을 거둬 한양으로 보내는 조창이었던 법성을 끼고 있었기에 물산이 풍부했다. '영광 법성으로 돈 실러 가세'라는 뱃노래가 전해질 정도였다.

이처럼 일급 임지였던 까닭에 홍문관 대제학의 자녀들이 원님으로 부임하는 경우가 많았다.또한 임기를 마치면 정삼품 내직으로 승진하는 네 당연시됐다. 영광이 홍문관의 별칭인 옥당을 고을 이름으로 빌려 쓰게 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옥당이라는 이름값 그대로 전주, 나주, 순천에 이어 전라도에서 네 번째로 인구수가 많았던 조선시대의 영화에 비하면 지금의 영광은 격세지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영광군민신문의 마스코트 '1,000자 칼럼'의 이름을 '옥당골'이라 지은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군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 영광의 옛 영화를 재현하자는 꿈이 담겨있는 것이다. -끝-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