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도 교회에 가기를 주저해야 하는 세월입니다. ‘그냥 멈춰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 것입니다. 멈춰 있으면 사람 노릇 제대로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으면 남들의 눈총을 받는다는 핑계로 그리 합니다. 옛날 얘기를 하면 ‘꼰대’ 소리를 듣기 십상이지만 옛날이 그립습니다. ‘꼰대’가 되길 자청하면서 편지를 씁니다.

크리스마스엔 카드를 주고받았지요. 곧이어 연하장이 등장했지요. 12월에 들어서기 무섭게 거리에 ‘캐럴’이 넘쳐난 것은 물론입니다. 12월은 춥지만 몸과 마음이 바빴습니다. 연하장과 크리스마스카드에는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예쁜 카드, 품격 있는 연하장을 고르느라 적잖은 시간을 보냈지요.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은 보내면서도, 받으면서도 즐거웠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들은 하지 않았지요.

그 시절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는 것은 종교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오직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았을 뿐입니다. 카드와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관행이었고 풍습이었으며 축제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거리에서 캐롤 송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도 연하장과 크리스마스카드를 받기는 합니다. 핸드폰을 통해서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접할 때마다 씁쓸합니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벼슬하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보내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손가락으로 ‘찍’ 눌러 많은 사람들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보내는 사람의 사랑과 관심이 느껴지기보다 ‘나 벼슬 하는 사람이요’ 라고 과시한다는 느낌뿐입니다. 이어서 다가오는 씁쓸하고 불쾌함이란……. 그런 성의 없는 인사치레가 우리 사회의 관습이 돼버린 것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예전 주고받았던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에는 사랑과 관심이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요즘 당신들이 ‘웹발신’ 표시를 달아 보내는 카드와 편지에서는 당신의 욕망만 읽힐 뿐입니다. 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가 돼서일까요? 아닙니다. 너무 메마른 세태가 보여서입니다. ‘웹발신’ 좋아하시는 분들께 부탁합니다. 당신의 그 명단에서 제 이름과 전화번호를 지워주십시오.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과 관심을 예전처럼 간직하며 살고 싶으니까요.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벌써부터 명함돌기가 시작됐습니다. 출마 예정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내는 ‘웹 발신’으로 제 손전화의 배터리가 소모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웹 발신’은 내용이 무엇이든 오직 당신의 욕망만 느껴질 뿐, 당신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렇잖아도 많은 돈이 필요할 터, 돈 들여 불쾌감을 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보내는 것과 같은 ‘웹 발신’은 모두가 보낸답니다. 전혀 득표에 도움이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실력과 성실함만 높이 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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