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1991년 4월 15일.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컫는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이다. 이 날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권력자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역사를 써 내린 대한민국이 명실 공히 민주주의 공화국이 됐음을 만방에 알린 날이다. 독재에 시달린 세월을 되돌아보면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민주주의가 시작된 날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을 기억하지도, 기념하지도 않았다. 반쪽짜리 지방자치, 혹은 무늬만의 지방자치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자치 일꾼의 선출과 지방행정의 집행까지 해당 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방자치 일꾼의 선출은 물론 예산 까지 국회와 정부가 쥐고 있다. 물론 지방의회의 권한도, 지방정부라 할 시·군·구와 광역 시·도의 권한과 재량의 폭도 상당히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와 중앙정부가 얼마든지 흔들 수 있는 실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무늬만의 지방자치라는 불만과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지난 연말 영광군의회가 개원 30주년 기념식을 했다. 김준성 군수를 비롯한 실·과·소장과 김정오 전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장영진 운영위원장의 연혁보고를 시작으로 감사패·공로패 수여, 최은영 의장의 기념사 및 내빈 축사,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김준성 군수와 지방자치와 의정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강필구·장기소 의원에게 감사패와 공로패를 전달했다.

군의회는 “지난 30년을 되돌아보고 자치분권 2.0 시대 개막을 맞아 군민과 함께 열린 의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최은영 의장은 기념사에서 군민과 함께 만들어 갈 영광의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다가올 50년, 더 나아갈 100년을 군민에게 사랑받는 의회로 굳건히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군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왠지 공허하다. 지방자치 30년 기념행사에 지역민이 보이지 않아서다.

지방자치의 주인은 지역민이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예산으로, 국회는 공천으로 지방자치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선거권만 지방 주민들에 있다고 지방자치인가? 아니다. 국회는 공천권을 포기하고, 정부는 예산으로 자치단체를 쥐락펴락 하는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의 지방자치는 영원히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자치일꾼으로 불리는 단체장과 의원들 스스로 벼슬아치 행세를 하는 행태도 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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