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대학 재학 중인 1971년 7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 선거 참관인으로 참여했다. 강원도 인제군으로 배치(?)받았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런 시절이라 상당히 긴장됐다. 하지만 인구가 적어서인지 조용하고 인심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났다. 경제는 1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아직 3류를 면치 못하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면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지켜보면서 정치는 아직 3류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금치 못한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국민의 힘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다투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후보와 정당은 선거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책과 인물로 경쟁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정책은 보이지 않고 후보의 약점들만 보인다. 누가 덜 나쁜가를 다투는 선거가 돼버렸다. 이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참담하다. 후보뿐만 아니라 거대 양당의 행태도 구질구질하기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누가 덜 나쁜가를 다투는 대선이 돼버렸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는 모두 너덜너덜해졌다. 그래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정책은 넘어가자. 상식과 역사의식은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누구에게 우리 아이들의 교육, 서민들의 살림, 민족통일의 염원, 경제와 외교를 맡겨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누가 대한민국을 공정하고 상식적인 나라, 경제가 발전하는 나라로 만들 수 있는 인물인가를 따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했다. 분명 역사의 후퇴를 부른 선택이었다. 이제 그 후퇴의 역사를 멈춰야 한다. 이재명과 윤석열 중 누가 국민의 염원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냉정하게 선택해야 한다. 다시는 이명박과 박근혜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아야 한다. 1963년 박정희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전남의 선택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역사의 교훈이다.

1963년 전남의 잘못된 선택이 박정희의 16년 독재를 낳았다.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야구장에서 목포의 눈물을 응원가처럼 불렀다.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겠다는 염원을 담아 목청껏 불렀다. 김대중을 통해 그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그리고 노무현을 김대중의 후계자로 선택했다. 호남이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 되는 역사는 거기까지였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는 이명박에게 정동영이 KO당한 것이다.

노무현은 정치개혁을 외치며 2003년 김대중의 새천년민주당을 떠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래도 호남은 김대중의 후계자란 이유만으로 노무현 지독히도 사랑했다. 문재인은 그 사랑의 열매다. 이 같은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이낙연이 민주당 후보가 되지 못한 것은 너무 아프다. 이낙연의 퇴장은 김대중 정치인맥의 단절과 호남 정치력의 쇠퇴를 상징하는 역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권노갑과 정대철 전 의원 등 옛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민주당에 복당, 이재명 당선에 힘을 보탠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가운 이름들이다. 아니 ‘동교동계’가 다시 뉴스의 키워드가 된 사실만으로도 반갑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는 맥아더 장군의 말이 떠오른다. 동교동계 노병들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도와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동교동계’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사라지지 않는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노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권노갑ㆍ한화갑·김옥두·이용희·남궁진·이윤수 등은 동교동 김대중 선생 자택에서 60년대부터 함께 비서 역할을 한 동교동계 1세대다. 2세대는 80년대 초반 합류한 최재승·윤철상·설 훈·배기선·정동채 등 80년대 초반 합류한 인사들을 꼽는다. 전갑길·배기운·이 협 등은 3세대라 할 수 있다. 모두 민주화에 앞장선 투사들이다. 한화갑·한광옥·김경재 등 박근혜 정부에 합류한 인사들도 있다는 사실은 자랑스러운 동교동계 역사의 안타까운 티다. ‘동교동계’의 귀환이 반갑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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