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식사에 초대받을 정도로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를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라 부른다. 이 용어는 미국의 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이 참모진과의 의견 충돌로 자문이 필요할 때 정부 밖의 지인들을 격식없이 식사에 초대해 국정을 논의한 것에서 비롯됐다. 부시(George Walker Bush) 대통령은 키친 캐비닛 명단을 공개해 아예 공식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의미를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인들을 총칭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측이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을 단순한 키친 캐비닛에 불과했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보냈다. 최순실이 개입한 국정은 1%에 불과하다는 변명까지 덧붙여서.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로만 봐도 어불성설의 발상이다. 대통령의 비서관이 거의 몸종처럼 숱하게 국정을 좌지우지할만한 최의 의견을 받아 대통령에 전달했다. 또 그 구상에 따라 청와대 수석이 움직이고 재벌이 움직인 정황이 불거졌는데도 이를 키친 어드바이스로 평가 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선생에게 확정을 받았냐는 대통령 자신의 언급이 바로 키친 캐비닛 변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키친 캐비닛은 물론 긍정적인 의미도 지닌다. 이들은 대통령과 어떤 사적인 이해관계나 정치적 관계를 떠나 수평적인 관계에서 바른 여론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대통령과 함께 한 키친을 떠나는 순간부터 다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제자리로 돌아가기는커녕 청와대 행정관들을 개인 비서처럼 부리며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정 주요 자료까지 태블릿 PC에 담아 반추하며 사익을 챙긴 최순실을 키친 캐비닛이라 부른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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