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격변의 세월 참으로 많은 일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없었지요. 세월호처럼 부끄럽고 참담한 역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올 해 우리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을 겪고 있습니다. 뽑아서는 안 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죗값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속았습니다. 그가 정상적인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정상적인 사람일 수가 없습니다. 독재자의 딸로 성장하고, 퍼스트 레이디 역할도 했습니다. 그때 최태민을 만나 정신과 육체를 지배당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인의 꼭두각시가 되고, 그의 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본인은 지금도 약간의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정황은 도움 받은 정도를 훨씬 넘어 꼭두각시 이었습니다. 부녀 2대에 걸친 관계의 지속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그를 ‘무뇌아’라고 합니다. 머리가 텅 빈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마약에 가까운 프로포폴을 맞으며 성형과 미용 시술을 받은 것 외엔 청와대에서 무엇을 했을까요. 아마 최순실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분노합니다. 아이들이 바다에서 죽어가는데 7시간 동안이나 무엇을 했을까요. 머리 손질 했다고요? 아니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머리 손질하느라 아이들 죽어가는 것을 외면했단 말인가요? 천하에 몹쓸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찍어준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속아 대통령이 되게 한 죄가 크다는 말이지요. 애초에 그는 대통령이 될 자질이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공주에서 은둔자로, 다시 세상에 나와서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국민이 어떻게 살아가는 가를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국민만을 위한다는 말에 속은 것입니다. 국민이 무엇인지, 나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찍은 손가락도 전혀 무죄는 아닙니다.

키우는 개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보지도 배우지도 않은 녀석이 7마리의 새끼들을 돌보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젖을 물리고 핥고 안아주었습니다. ‘옥당골’을 쓰는 후배 박호재군이 말했습니다. 자기집 백구가 새끼를 낳았는데 밥을 먹지 않았답니다. 누군가 개에게 빌라고 했답니다. 어머니께서는 정말 개집 앞에서 빌었답니다. 그런데 국민을 돌보라고 뽑아준 대통령은 국민을 외면하고 순실이만 바라봤습니다. 심지어 친 동생들도 외면했습니다.

이제 생각을 바꾸렵니다. 그가 있어 대한민국이 얼마나 불평등과 부정과 비리와 탐욕이 판치는 나라인가가 드러나 개혁할 수 있게 됐다고. 국제사회에 우리는 언제든 촛불을 밝혀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국민, 나라임을 알렸다고 말입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보는 날이 머잖았습니다. “이게 나라다”며 어깨 펼 날이. 두 눈 부릅뜨고 그날까지 촛불을 끄지 않아야겠습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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