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개정,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무늬만 지방자치였던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지방자치 국가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물론 지방자치가 32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사실 지난 32년간은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지배 속에 운영돼왔다. 절름발이 지방자치였던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위상이 격상된 것은 물론이다.

지난 32년간은 지방자치가 중앙정치로부터의 예속이 불가피했다. 예산 수립에서 집행까지 중앙정부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해왔다. 지방자치단체는 사업비 예산을 따오기 위해 중앙 정부를 쫓아다녀야 했다. 인사권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지방의회는 인사권조차 없었다, 집행부가 인사권을 쥐고 있었다. 의회 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조차 없었다. 이제 지방의회가 인사권을 갖게 됐다. 무늬만의 지방자치가 실질적 지방자치로 바뀐 것이다.

13일 최은영 영광군의회 의장이 의회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한 것은 그래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의회 사무처에 대한 인사권이 군수에서 의장으로 넘어간 것은 의회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말해준다. 먼저 축하한다. 하지만 군 의회는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위상이 높아진 만큼 집행부와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예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세련된 의회 운영을 주문한다.

사실 지방의회는 집행부에 비해 그 규모나 권한이 왜소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의원과 의장도 그 권한이나 무게감이 집행부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이제 법 개정으로 지방의회의 위상이나 권한이 확대됐다.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도 재정립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회는 당연히 집행부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관행도 새롭게 정립해가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는 이제 어제까지의 집행부와 관계는 다 잊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의 관계를 참고하여 새로운 관계와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의회와 의원의 위상을 제고, 새로운 지방자치의 틀을 정착시키는 데는 양측의 많은 인내와 노력, 양보와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스스로 의회의 위상과 권한이 예전에 비해 훨씬 높아진 만큼 더 높은 자질과 품위가 요구된다. 더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의외, 의원을 기대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