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당연히 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까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앙 정치권이 대선에 ‘올인’하고 있다. 언론도 ‘대권’의 향배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맛에 맞는 정권이 들어서길 바라는 논조가 강하다. 신문의 경우 경향과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민의 힘 후보의 편이라는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3월 9일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지방선거(6월 1일)로 이어진다. 예전 같으면 지방선거 열기가 고조되고 있을 터이다. “대선에 올인 하라”는 중앙정치권의 ‘엄명’ 때문에 지방선거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중앙 정치권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의 열기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누가 알세라 조용히, 그러나 부지런히 ‘물밑’행보에 나서고 있다. 당연히 지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억눌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실이 안타깝다.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야 당선 가능성이 높으니 중앙당 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 민주주의 선진국들의 지방자치는 중앙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중앙 정치권이 지방자치 권력까지 거의 완벽하게 쥐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치 일꾼을 선출하는데 중앙 정치권의 공천이 왜 필요한가?

지방자치 일꾼들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의 역량은 중앙 정치는 물론 지방자치까지 완벽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당신들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없게 만들어 지방권력까지 좌지우지하려는 당신들의 ‘꼼수’다. 모든 일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익숙해지고 발전하게 돼 있다. 국회의원도 선수가 쌓일수록 역량이 강화되는 것처럼.

민주주의 발달의 척도는 지방자치의 수준과 비례한다. 자치일꾼이 되는 지름길이 중앙당의 공천인 나라의 지방자치는 무늬만의 지방자치다. 그만큼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못한 나라다. 중앙 권력이 공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회의원 정도면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누구도 “지방자치의 끈을 놓아야한다”고 목청을 돋우지 않는다. 왜일까?

국회의원에 주어진 수많은 특권 가운데 지방자치의 끈을 쥐고 있는 ‘특권’이 가장 달콤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금치 못한다. 국회의사당에서는 300명 가운데 한 명일 뿐이지만 지역구에서는 비교를 불허하는 1인자다. 지역구의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지방의원들이 도착에서 출발까지 깍듯이 모신다. 국회의원에 대한 예우는 지역 발전을 위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예우보다 공천을 염두에 둔 처신으로 비친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 발전에 관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 중앙 정치권이 그만큼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발전에 관심이 없다는 증거다.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자치권 확대는 가장 매력 있는 중앙 권력의 포기를 의미하니까. 하지만 중앙 권력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지방 권력의 맛에 도취돼 ‘거물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화 이전엔 소위 거물 정치인들이 있었다. 신익희·조병옥·정일형·유진산·김대중·김영삼 등. 하지만 현재는 다선 의원은 있지만 ‘거물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인물들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 서글프다. 행정과 사법은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인다. 그들이 과연 변수가 많은 정치를 얼마나 잘 할지 걱정된다. 그래도 자치단체장 출신이 당선되면 진짜는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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