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괜찮습니다/ 또 졌습니다./ 괜찮습니다./ 군인이 지배하는 나라에도 살아봤습니다./ 사기꾼, 무능력자가 지배하는 나라에도 살아봤습니다./ 괜찮습니다./ 안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우리끼리/ 서로의 체온을 확인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안 죽습니다./ 죽으면 안 됩니다./ 진심을 다 해서/ 나쁜 놈이 지배하는 세상 막자고/ 울며 소리치며 온 힘을 다했습니다./ 맞습니다./ 우린 최선을 다 했습니다./ 그런데 아./ 우리 시대의 실력이 여기까지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힘을 냅시다./ 이제 검사가 지배하는 나라에 몇 년 살아봅시다./ 어떤 나라가 되는지 경험해 봅시다./ 어떤 범죄가 살고/ 어떤 범죄가 죽는지 지켜봅시다./ 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이/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봅시다./ 청년과 여성과 노인들이 얼마나 괴로워지는지/ 지켜봅시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더 가난해지는지/ 지켜봅시다···.

경북 문경 출신 시인 류근이 대선 결과가 나온 10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린 장문의 글이다. 시인의 절절한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보수 정권 시절 아픔을 겪어 본 대중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보수’를 자처하며 살아 온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한다. ‘헛 소리’로 들릴 것이다. ‘저주’로도 들릴 것이다. 제발 시인의 외침이 틀리길 빈다. 이렇게 절절한 외침을 저들이 뼛속 깊이 새겨듣길 간절히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시인의 절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여당이 된 국민의 힘 쪽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시인의 넋두리 정도로 들은 것 같다. 대통령 당선에 취해 향후 정국 운영이 험난할 것이라는 현실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민의 힘은 정국 주도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평범한 국민들도 향후 국정이 삐걱거릴 것이라는 정도는 안다.

윤 당선인은 정치 초년생이다. 국민의 힘은 당내에 대통령 후보조차 없어 조·중·동이 키운 윤 당선인을 업었다. 국정 운영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야당이 된 민주당의 협조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승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의 협조를 끌어 낼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적극적 협조도 끌어내야 한다. 승리에 도취돼 있을 겨를이 없다.

시인이 토해내는 말을 경청해야 한다. 헛소리로 받아들인다면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윤석열 정권이 비틀거리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그것은 대한민국이 비틀거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민생이 고단해진다.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아도 성장통을 앓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불안 요소가 곳곳에 도시리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터다. 때마침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켜 세계 경제도 불안하다.

성장을 지속해온 대한민국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장담할 수 없는 시기다. 정부와 국회,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아가도 어려운 시기다. 정권을 쥐게 된 당선인이나 국민의 힘은 고단한 민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금수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정권에 도취돼 민생이 고단해지고 국가가 뒷걸음질 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잘 하겠다”는 말은 허망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어떻게’가 빠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힘과 윤 당선인은 그들의 능력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이 정권을 바꿨다. 착각은 오만을 낳고 오만은 의석수가 많은 야당과의 불화를 초래한다. 불화는 국정 파행으로, 국정 파행은 국제 경쟁력 약화와 경제적 난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민생이 고단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피를 토하듯 쏟아낸 류근 시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다. 류 시인이 우려하는 나라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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