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겨울은 춥다. 우중충한 날이 많다. 움츠러든다. 대한민국은 지금 겨울이다. 밝고 따스한 봄이 기다려진다. 전망은 그리 빨리 올 것 같지 않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목소리는 크지만 판을 좌우할 사람들은 과거의 그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암울한 사태를 빚은 주역들을 척결하는데도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판을 짜는 주역으로 판을 깔아주었어도 제대로 놀지 못한다. 서투른 광대놀음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들도 안다. 물론 국민은 더 잘 안다. 박근혜 다음의 청와대 주인이 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관객은 광대가 잘 놀아야 엽전을 던져준다. 재주넘을 때마다 실수하는 광대에게 엽전은 없다. 판의 주인은 국민이다. 주인 눈에 들어야 일꾼으로 쓴다. 일꾼은 일꾼다워야 한다. 주인 행세를 하면 그 순간 끝이다. 다른 일꾼을 찾는다. 헌데 주인의 마음에 쏙 드는 일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주인 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죽기 살기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다. 눈치 슬슬 보면서 애교는 떤다. 정작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명령에는 코대답만 한다. 나라를 망친 주역들의 죄상을 밝히라고 하니까 ‘본의원’이나 찾으면서 헛소리로 시간 다 보낸다. 새로운 판을 짜라니까 싸움하라는 소리로 알아듣고 시비만 건다. 진지하게 머리 맞대고 주인이 무엇을 바라는가를 고민하는 모습은 없다.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촛불을 켜지는 않았다. 야당에게 나라를 맡기기 위해 촛불을 견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그 밑에서 부역한 세력들의 죄를 묻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판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묻고 있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을 짜라는 촛불이 아니다. 촛불은 원한다.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를. 청년들이 청년다운 나라를. 서민들이 어깨를 펼 수 있는 나라를. 강대국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남북의 창이 열린 나라를. 서로 미워하지 않는 나라를.

촛불의 명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재벌을 비롯한 경제인, 고위직을 비롯한 공직자들을 위한 나라인 시대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정치인이, 기업인이, 고위 공직자가 행복한 나라의 퇴출 명령이다. 야당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당신들이 알아서 해보라고 깔아준 판이다. 박근혜 이전처럼 하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똑 같다. 먹잇감을 서로 먹겠다고 으르렁거리는 맹수들의 모습이다. 촛불은 아직 인내하고 있다. 그러다가 잘 하겠지 하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청문회를 응시하고 있다. 판의 개조를 위한 노력을 누가 얼마나 사심 없이 하고 있는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 까지도 지켜보고 있다. 모두 박근혜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다른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제 새로운 해를 맞는다. 국가와 국민의 삶의 질을 가름할 2017년이다. 역사상 어느 해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해이다. 권력이 국민에게 있는,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배려하는, 흙수저와 금수저가 없는, 갑질이 없는, ‘우리가 남이가’ 따위의 말은 생각지도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햇볕이 고루 스며드는 복지국가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 특히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바란다. 더 열심히, 자기를 버리고 나서라. 그리하면 국민은 그에게 가장 크고 많은 권력을 위임할 것이다. 이참에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실패하면 당신들 모두를 탄핵할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를 단신들만의 리그로 바뀌는 것을 국민이, 촛불이 좌시할 것으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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