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 매일 닭들의 안녕 점검·거점소독·농가 지원 ‘비상’

영광읍 와룡리 보배농장 르포

고병원성조류독감(AI)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미 2600만여 마리가 살처분 당했다. 홰를 쳐 세상을 깨운다는 닭들의 수난이 인간의 수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달걀 대란이 일고 있어서다. 치킨 가게들이 울상이다. 인간에게 옮길까봐 전전긍긍이다. 치사율이 30%에 달한다니 공포 그 자체다.

값싼 영양식품으로 사랑 받는 달걀이 AI의 창궐로 사기가 쉽지 않다. 물론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고창 성송과 장성까지 뚫렸다. 영광은 아직이다. 영광군 당국은 닭을 지키기 위해 비상근무중이다. 영광읍 우평리와 불갑면 등 남·북 양쪽 통로를 거점으로 살균 차단에 나섰다. 양쪽 모두 잘 지켜지고 있다. 양계 농가에 소독약품과 쥐약 등을 지원한다. 매일 ‘닭들의 안녕’을 점검한다. 양계농가에 산란율과 닭의 상태를 묻는다.

산란계 22%, 종계 41%가 사라졌다. 이제 양계장, 특히 산란계 사육은 농장 주인의 것이 아닌, 공공의 것이 됐다. 영광군의 규모 있는 산란계 양계장은 두 곳이다. 영광읍 와룡리 보배농장을 찾았다.

‘방역상 계란 판매를 못합니다.’ 농장에서 수백m 떨어진 동네 어귀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AI 비상사태가 실감난다. 농장 입구는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분무 소독 세례를 받고 출입 허가를 받았다.

농장은 김용팔(65)영광군새마을회장과 부인 정순덕(64) 부부와 5명의 직원이 관리하고 있다. “말도 마십시오. 전쟁입니다. 전쟁.” “농장은 제 것이지만 달걀은 제 것이 아닙니다.” 김 회장의 말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출입 준비실에서 방역복과 장화로 바꿔입고, 신고서야 양계장에 들어갈 수 있다. 방역 전담 직원 한 명이 역시 방역 장비를 갖추고 근무중이다. 바닥이 흥건하다. 소독약을 수시로 뿌린다. 그야말로 ‘철통방어’다. 그래도 닭들은 전과 다름없이 달걀을 낳는다.

7만3천여 마리 산란계가 하루 5300-5500개의 알을 낳는다. 11월 말부터 달걀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값이 올라 대박 나겠네요?” “값이 떨어져도 좋으니 병이나 오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부부가 합창한다. 사실 소득이 많아져 당장은 좋단다. 하지만 좋은 것보다 불안감을 떨치기가 어렵다고 한숨이다.

“사방에서 달걀 팔라는 전화가 옵니다. 기존 거래처 외에는 팔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서울에서 식당을 하는 동생이 달걀을 보내달라는데 보낼 방법이 없다고 했더니 내려와 120판 가져갔습니다.” ‘달걀 대란’이 실감난다.

수입도 여의치 않아 달걀 대란은 당분간 지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83년 비닐하우스에서 2200마리로 시작 병아리까지 12만 1천여 마리가 됐다. 95년엔 넘어질 뻔 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이제 남부럽잖은 현대식 시설도 갖췄다. 살만 해졌다. 그런데 이같은 ‘사태’가 터졌다.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고 한다. 한없는 불안감이 묻어난다. 달걀 한 판 챙겨줘서 가져왔다. 닭의 해를 맞은 닭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조철상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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