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대선이 끝나자 지방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진즉에 선거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터다. 대통령 선거에 ‘올인’하라는 정당의 ‘지침’ 때문에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던 입지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선거일이 6월 1일이니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전 선거에 비해 입지자들은 자기를 알릴 시간이, 지역민들은 입지자들을 제대로 알 시간이 짧다. 대통령 선거에 밀린 우리의 지방자치의 현실이 참담하다.

누차 강조하지만 자치일꾼 선거가 대통령 선거보다 가볍지 않다. 지역민들에게는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는가 보다 군수·도의원·군 의원이 누가 되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대통령은 멀고 자치 일꾼은 가까이 있다. 그만큼 대통령보다 자치일꾼들이 내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대통령 선거에 밀렸다. 중앙정치가 지방자치까지 틀어쥐고 있는 제도적 결함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제도적 결함은 누차 지적됐다. 영광군민신문도 기회 있을 때마다 지방자치의 제도적 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중앙정치권이 지방권력까지를 틀어쥐고 있는 모순을 바로 잡기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지방자치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은 보이지 않았다. 지방자치 권력의 달콤한 맛을 버릴 수 없다는 중앙 정치권의 의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18세면 선거권이 주어진다. 법적으로 성인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지방자치 역사는 30년을 훌쩍 넘겼다. 성인을 넘어 가정은 물론 지역사회, 나아가 나라의 살림까지도 밑을 수 있는 세월을 쌓았다. 중앙정치권이 지방자치를 ‘훈수’하지 않아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도 있다. 더 이상 중앙 정치권의 ‘지도편달’은 필요 없다. 지방자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이다.

자치일꾼은 지역민들이 선택한다. 일꾼의 능력은 지역민들이 선택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중앙 정치권이 공천을 한다? 논리적으로도 중앙 정치권 입맛에 맞는 후보를 들이밀며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지방자치가 아니다. 중앙 정치의 연장일 뿐이다. 중앙 정치권은 나라 살림을 잘 할 궁리나 하라. 지방자치 권력은 지역민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공천이 당선’이란 공식에 더 이상 지역민들을 가두지 말라. 자치일꾼들이 당신들의 눈치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제도개선에 나서주길 간절히 바란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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